통번역대학원 입시 2022학년도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 합격수기 - 박*현

작성자
박*현
등록일
2021.12.22 10:48
조회수
740

안녕하세요! 합격수기라니 아직도 많이 낯설지만 입시를 시작할 때 다른 분들의 합격수기에서 도움과 용기를 많이 받아 제 조촐한 수기도 혹여나 참고할 수 있을까 싶어 조심스럽게 적게 되었습니다.

배경
부모님의 권유로 중학교 때 처음 접한 저의 첫 제2외국어였던 일본어를 시작으로 단순한 흥미로 배우기 시작한 영어, 스페인어까지 차근차근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언어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생소한 언어로 사람들과 대화하고 문화를 알아가는 단순하지만 다소 복잡한 과정이 어린 제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이후에도 대학 원서를 지원할 때 한두 학과를 제외하고 모두 언어 전공으로 지원했을 만큼 언어 자체에 큰 관심이 있었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국내 대학 불어불문과에 진학했습니다. 졸업한 이후에도 불어를 계속해서 더 공부하고 싶었기 때문에 별다른 고민 없이 통대 입시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학기 중에 들었던 문학 번역 수업이 가장 큰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은데, 원문 책과 번역본의 차이를 비교 분석했던 수업이 저에게 큰 자극이 되었고 이를 계기로 처음으로 번역가라는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여담이지만 학업과 나인투나인 일을 병행했던 작년 막 학기는 저에게 굉장히 뜻깊은 학기로 기억에 남아있는데요, 여러 이유로 스페인 교환학생 당시 전공 학점을 단 1학점도 인정을 받지 못했던 바람에 저는 전공 수업 7개를 꽉꽉 채워 막 학기를 보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학기가 시작할 즈음에 전부터 꼭 일을 해보고 싶었던 바이닐 스토어에서 운 좋게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새벽 5시에 일어나 수업을 듣고 9시에 출근해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아침에 미처 듣지 못했던 수업을 몰아 듣는 힘든 스케줄에도 제게 가장 뜻깊고 뿌듯한 학기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신체적으로 너무 힘들었지만 오히려 하고 싶었던 일을 하니 힘들었던 기억보다 행복했던 기억이 크게 남아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어떻게든 하게 되어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늘 꿈꿔왔던 통번역사라는 직업이 굉장히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지만 그럼에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니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꿈을 품은채 올해 본격적으로 입시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수강기간
2021.05 ~ 시작반 인강 수강
2021.07 ~ 시작반 현강 수강
2021.08 ~ 2021.10 외대반 실전반 수강
2021.07 ~ 2021.10 코칭뿌 고동은 선생님 수업 수강


입시를 결심했던 때가 4-5월쯤이었는데 현강을 등록하기 이전까지 짧게나마 통대 입시 시작반 인강을 수강하며 전반적인 수업 방식을 익혔습니다. 처음 접한 수업방식이었기에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꽤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저는 되도록이면 빠른 시일 내에 학원에 가서 어떻게든 부딪혀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저는 학원에 가기 직전까지 부족한 어휘를 채우기 위해 단어 외우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이후 수업을 따라가는 데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7월 이전까지 공부를 하다가 혼자 입시를 준비하는 것에 한계를 느꼈고, 7월이 되자마자 학원 현강 수업을 등록했습니다. 이외에도 7월부터 고동은 선생님의 수업을 수강하여 끊어서 발화하기, 너무 어려운 문장을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괜찮은 통역이 나올 수 있다는 점 등등 제가 스스로 깨닫지 못했던 부분이나 부족한 점을 정확하게 짚어주셔서 전반적으로 입시를 준비하는 데에 있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공부법
스터디) 스터디 자료와 기사를 읽기 위해 주로 이용했던 사이트들은 Franceinfo, rfi, 20 minutes, lumni, chose a savoir 등이 있고 특히 스터디 자료를 준비할 때에는 주로 Franceinfo에서 vrai ou fake를 이용했습니다. 여기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시사 문제의 진실 여부를 파헤쳐 보자!라는 내용의 흥미로운 기사들이 많아서 재미있게 스터디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프랑스 학생들을 위한 lumni 사이트는 permaculture, flexiscurite 등 주로 단어에 대한 정의 등 구조가 잘 짜인 개념 위주의 텍스트들이 많기 때문에 스터디 텍스트로 아주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어휘를 공부할 때에는 Linguee에서는 모르는 단어가 쓰이는 문맥을 파악할 때 그리고 crisco2.unicaen 사이트에서는 동의어를 찾을 때 주로 이용했습니다. 단어를 많이 외우는 것도 좋지만 단어가 쓰이는 문맥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해서 crisco에서 찾은 동의어들을 찾아 Linguee나 구글에서 동의어들을 검색하여 실제로 쓰이는 단어들인지 항상 확인한 뒤 암기했습니다. 이 방법은 쉬운 문장에서 너무 어려운 단어를 구사하거나, 혹은 어려운 문장에서 좀 더 풍부하고 다양한 어휘를 사용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스터디를 처음 시작할 때 같은 학교 선배님의 도움으로 입시를 준비하시는 다른 학원 동기분과 우연히 스터디를 처음 시작했었는데, 그 당시에는 나름 잘 준비했다고 생각을 했지만 그때 준비했던 텍스트들을 지금 다시 보면 스터디 텍스트로 다루기엔 애매한 텍스트들을 준비한 것 같아 정말 너무 죄송스러워요.. 이때 저의 실력이 절대적으로 너무 부족한 것을 많이 느꼈고 랜덤한 스터디 주제들과 랜덤한 길이의 스터디 텍스트들을 준비해 다른 분들을 좀 많이 당황하게 한 것 같아요.. 그렇지만 스터디 자료를 준비하는 것도 하다 보면 요령이 생기는 것 같아서 자료를 찾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면 어떤 텍스트가 좋겠다 하는 감이 대충 생기는 것 같아요!

듣기) 저는 특히 듣기 실력이 부족했습니다. 학사 재학 중일 때에는 모든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게 정확하고 비교적 천천히 발음해 주시는 프랑스인 교수님의 발음에 익숙해진 탓에 다른 발음에 익숙해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첫 통역 수업에서 큰 충격을 받은 저는 이때부터 남는 시간이 생길 때마다 프랑스어를 계속해서 들으려고 노력했고, 일어난 직후나 자기 직전에 팟캐스트, 프랑스 현지 뉴스 그리고 유튜브 프랑스인 영화 리뷰 동영상 등 다양한 발음과 실생활에서 쓰는 불어를 들었습니다. 신기하게도 다양한 발음에 점점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고, 스터디 원분들과 미숙 선생님의 발음을 계속 듣다 보니 확실히 초반보다는 조금 더 수월하게(?) 통역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저는 긴장한 상태에서 쉬운 텍스트라도 평소 듣던 어조와 속도가 다르면 당황하고 집중이 안 될 때가 많아서 최대한 다양한 매체를 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주로 듣기 연습할 때는 팟캐스트를 들었고 (franceinfo : en direct du monde, franceinfo : Le vrai ou faux, rfi : 7 milliards de voisins, Choses a savoirs SCIENCES, C’est en France 등등) 실생활에서 쓰이는 불어를 익힐 수 있도록 프랑스인 유튜버(PsykoCouac - 흥미로운 주제가 많아 쉬는 시간에 주로 시청하고 개인적으로 이 유튜버의 발음과 어조가 너무 듣기 좋아서 BGM처럼 들었어요)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프랑스 감독 인터뷰 영상을 활용하여 모든 내용이 들릴 때까지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어휘) 7월 이전까지는 엑셀 단어장을 만들어서 무작정 외우기만 했습니다. 물론 이 방법은 에세이나 글을 쓰는 데에는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었고, 실제로 발화를 할 때에는 외웠던 단어들이 바로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본문에 있는 문맥과 뉘앙스를 같이 익히고자 예시들까지 무조건 다 적어야 적성이 풀리는 저의 요상한 집착 때문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단어정리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7월 이후부터는 따로 단어장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눈으로 계속 보는 것보다 손으로 적는 게 익숙해서 ..) 딱히 정해진 양식은 없어서 어휘 정리하는 방법은 본인에게 맞는 정리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조금 무식한 방법일 수도 있지만 수업 때 배운 문장 구역이나 통역 텍스트에서 괜찮다 싶은 표현이 있는 문단은 그냥 통째로 외웠고 어휘가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Linguee 혹은 동의어 사전을 찾아 괜찮은 표현의 동의어를 최소 세 개 이상 찾아 외웠습니다. (예를 들어 par le biais de라는 표현을 익혔다면 a travers, via, a l’aide de 등 완전히 같은 의미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문장에서 쓰일 수 있는 표현들처럼요!). 또한 수업 때 배운 문장 구역이나 텍스트는 무조건 세 번 이상 반복해서 눈에 익히고자 했고 학원에서 에세이 등 1차 모의고사 시험 수업 때에 전에 다뤘던 주제가 다시 나왔다면 이전에 공부했던 텍스트를 다시 찾아 최대한 반복해서 외웠습니다. 이외에도 자주 접하는 주제들은 따로 프랑스 공공기관 사이트를 찾아 정갈한 표현들이나 용어들을 따로 노트에 정리했습니다.



학원에서 다룬 1차 모의고사 텍스트들에서 중요하다 싶은 표현들이나 문장들은 하나씩 다 찾아보며 외웠고 그래서 하루에 대충 4-5시간을 복습만 하며 보냈습니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추천하는 방식은 아닌데 모르는 단어나 헷갈리는 표현들을 하나씩 찾아보며 이때 어휘가 정말 많이 늘었던 것 같아요

메모리 스팬) 저는 초반에 1분 30초나 것보다 더 긴 텍스트를 듣고 이해해서 다른 나라 언어로 발화 해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학원 현강 수업에 처음 가서 실제로 그 자리에서 듣고 발화하는 다른 분들의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와 반면 저는 앞 내용을 마음속에 기억을 해두면 뒤 내용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고 한두 문장 뱉고 통역을 끝내는 상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처음 통역 수업 때 한 문장 빼고 나머지 내용이 기억이 전혀 나질 않아 미숙 선생님에게 당차게 힌트..를 외친 적도 있었어요. 여러 방법을 시도해 본 결과 우선 무엇보다도 텍스트를 어떻게든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텍스트 이해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텍스트를 순서에 맞게 기억해야 하는데, 저에게 맞는 가장 효율적이었던 방법은 텍스트를 눈에 이미지화해서 기억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식초에 대한 불한 텍스트가 나왔을 때 식초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마자 앞에서 발화하는 사람의 머리 위에 식초를 올려두고, 마지막 부분이 식초의 쓰임이라면 발화자가 직접 거울을 닦고 빨래를 하는 상상을 하면서 살짝 극단적으로 기억을 했습니다. 혹은 해결방안 부분과 같은 추상적인 내용이 나왔을 때에는, 예를 들어 정부의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나오면 +라는 기호를 이미지화하여 자신의 왼손에 쥐어두고 개인의 주의 깊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나올 경우에는 망원경을 오른손에 쥐어두는 것입니다. 다소 유치해 보이지만 추상적인 텍스트가 손에 잡힌다고 생각을 하면 기억에 어떻게든 남고 텍스트 마지막 부분을 완전히 잊어버리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ㅎㅎ

1차 모의고사) 청취 요약과 에세이는 특별한 방도는 없고 많이 듣고 많이 써보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문제는 에세이 시간관리인데요, 시간이 부족한 상황을 막기 위해 저는 에세이를 쓰기 전에 꼭 간단하게라도 개요를 먼저 쓰고 시작했습니다. 에세이를 쓰기 전에 간단하게라도 개요를 짜두면 시작하기 전에 무슨 내용을 쓸지 대략적으로 글이 보여서 시간도 단축하고 불필요한 문장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텍스트를 읽기 전에 제목에서 키워드를 찾아 본문에서 활용할 내용만 챙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행복과 돈에 관련에 대한 글이라면 행복과 관련된 내용은 동그라미, 돈은 세모 그리고 나머지 예시들이나 추가하고 싶은 내용들은 괄호로 묶어 글을 참고할 때 한눈에 보기 쉽게 표시해두었습니다.

멘탈 관리) 매주 수요일 통역 day가 끝나고 재빨리 강의실을 나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 비련의 여주인공 마냥 혼자 조용히 닭똥 같은 눈물을 훔쳤습니다..평소 스스로의 감정에 휘둘리는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제 미천한 실력이 다른 분들에게도 다 알려진다고 생각하니 날이 갈수록 스스로를 자책하고 일희일비하는 날이 잦았습니다. 학원을 찾은 초기에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어떻게든 풀어야겠다는 생각에 저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고자 했습니다. 우울하고 답답할 때면 집 가는 길에 평소 좋아하는 음식이나 과자를 사서 먹으며 저녁 동안 푹 쉬거나 평소 좋아하는 프랑스 영화를 봤고 자책이 심해지는 날이면 ‘후회하지 않을 만큼’만 하자며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그리고 무조건 잘하려는 욕심과 조바심을 버리고 내일의 내가 오늘의 나를 돌아봤을 때 후회 없을 정도로만 하자라며 계속해서 되뇌었습니다. 통역일을 오래 하신 분들도 여전히 긴장되고 실수도 하는데 저라고 실수 못할 건 없..잖아요..? 마지막으로 하루 종일 부정적인 생각이 들더라도 하루를 넘기지 않도록 했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입시하는 내내 지속되다 보면 정말 쓸데없는 생각이 끝도 없이 이어져서 대신 하루 동안 그 감정을 실컷 소비하고 최대한 다음날까지 부정적인 생각에 얽매이지 않도록 했습니다.

시험 후기

1차 시험) 긴장을 풀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서 학교 근처 카페에 7시쯤 도착했던 것 같은데 이른 아침부터 이미 다른 전공 시험 보시는 분들로 카페가 북적거렸습니다. 옆에서는 중국어가 들리고 뒤에서는 스페인어가 들리는 진귀한 광경에 넋을 놓고 구경하다 어느덧 시간이 되어 여유 있게 고사장에 입실했습니다. 1차 청취 요약 시험 주제는 수업시간에 자주 다뤘던 환경 문제나 메타버스가 나와서 어렵지 않게 잘 마무리할 수 있었고 불한 에세이에 다소 난해했던 주제(노인 인구변화와 소비 형태)가 나온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무난한 주제가 나온 것 같습니다. (+ 1차 시험에 적어도 여분 볼펜 한 개 이상은 더 들고가는 거 추천해요! 1차 청취요약 받아적다가 갑자기 펜이 안 나와서 살짝 당황했지만 다시 마음을 잡고 아무렇지 않은척 주머니에 있던 볼펜을 꺼내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고사실에 여분 볼펜이 있긴 하지만 쓰던 볼펜이 아니면 마음이 흔들려서 되도록이면 여분 볼펜 꼭 들고가세요!!!)

2차 시험) 저는 긴장을 하면 할수록 앞 내용이나 뒤 내용을 새까맣게 잊어버리는 병에 걸렸기 때문에 시험 때 긴장만 하지 않으면 그래도 반은 간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시험에 임했습니다. 1차 시험과 2차 시험 사이에 스터디가 한창 있을 시기에 긴장을 너무 한 탓에 집중이 잘 안돼서 스터디 원분들께 마지막 부분 한 번만 읊어주실 수 있냐고 죄송스럽게 여쭤본 기억이 나네요.. 그만큼 긴장이 저에게 큰 독이 되었기 때문에 시험 때만큼은 떨지 말자는 굳은 다짐으로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16번이라 오후 첫 번째로 들어갈 수 있겠다 싶어 아침 여덟 시쯤부터 학교 근처 카페에서 표현 정리 노트와 팟캐스트 chose a savoir를 들었습니다. 브누아 교수님의 텍스트가 전체적으로 과학이나 화학 텍스트가 많이 나온다고 들어서 워밍업 차원에서 과학 관련 팟캐스트를 들었는데 아침부터 계속 듣고 시험을 보러 갔던 게 긴장을 푸는 데에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학교에 들어서기 직전까지 걷는데 심장소리가 들릴 정도로 긴장이 많이 됐지만 학원에서 같이 스터디했던 분들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어느 정도 놓였습니다. 집에서 챙겨 온 가위를 돌려쓰면서 이것저것 이야기 나누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또한 저는 긴장을 풀기 위해 시험 당일 카페에서 문연진 통역사님의 동영상을 보고 들어갔습니다. 문연진 통역사님께서 방에 계신 분들은 교수님이 아니라 나의 도움이 절박한, 그리고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프랑스인 분들인 것을 상상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해 주신 것을 마음속에 반복해서 되뇌었더니 긴장을 푸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 복장은 무난히 정장에 검정색 단화를 신었고 귀걸이나 피어싱은 착용하지 않았습니다)

시험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시험장에 들어서자마자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Bonjour!를 외치며 자리에 앉았고 통성명을 한 뒤 바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처음 저의 지원서를 보시더니 교환학생을 스페인으로 다녀온 게 맞냐, 스페인 어느 지방에 있었냐 등 예상했던 질문들을 물어보셨고 그렇다면 왜 스페인으로 교환학생 다녀왔는지, 스페인어를 왜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럼에도 프랑스어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문학을 좋아하면 왜 언어까지 배우게 됐는지 등등 여러 꼬리 질문들 네다섯 개 정도 물어보셨습니다. 특별한 경력이 없고 스페인 교환학생 경험만 있었기 때문에 전날 대충 무슨 질문이 이어질지 상상을 해본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스페인어를 왜 배우게 되었는지에 대해 답할 때 pour me depasser 표현을 썼던 것 같은데 너무 휘황찬란한 표현을 쓴 것 같아 바로 un peu grand mot 라며 말을 고쳤는데 브누아 교수님께서 피식 웃으셔서 덕분에 이때 긴장이 확 풀렸습니다.

이후 한불 불한 텍스트 순서로 낭독하셨고, 체감상 한불은 수업 때 다뤘던 텍스트들과 비교했을 때 평이한 난이도였지만 불한은 수업 때 다뤘던 지문보다 살짝 길고 예시 나열이 꽤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한불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전 세계 사람들이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의 삶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데요, 그러나 코로나로 인한 영향은 특정 요소에 따라 편차가 존재합니다. 우선 코로나의 영향은 사회적 계층에 따라 달라집니다. 코로나로 인해 영향을 받는 유럽 사람들은 세 부류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요, 3분의 1은 재택근무를 하고 다른 3분의 1의 사람들은 정상적으로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고 그 나머지는 실업에 놓이게 됩니다. 이는 프랑스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는데요, 프랑스의 높은 사회 계층의 절반은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고, 사회 계층이 낮은 사람들은 오로지 3%만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프랑스가 어떻게 이 상황을 헤쳐나갈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불한

오늘은 우리의 일상에서 많이 쓰이는 식초에 대해 이야기할 겁니다. (이후 식초에 대한 간단한 설명) 식초의 재료는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데, 프랑스에서는 와인 식초, 한국에서는 쌀로 만든 식초가 주로 소비됩니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식초를 만드는 과정은 대체적으로 비슷하지만 맛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발효과정을 예시로 프랑스의 와인 식초는 우선 와인을 저장하는데, 와인을 공기 중에 노출시키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박테리아가 생기고 산성의 맛을 띄며 점점 알코올이 식초로 변하도록 돕습니다. 또한 식초는 다양한 용도로 쓰입니다. 거울을 닦을 때나 세탁을 할 때나 등등 다양한 용도로도 쓰입니다.

불한은 큰 pause 없이 통역을 하고 마치려 하는데 갑자기 중간 내용이었던 발효 과정을 발화를 안 한 것이 생각나서 급하게 ‘와인을 발효 저장하는 과정에서 와인이 공기에 노출되어 박테리아가 생기면서 신맛을 낸다 이렇게 식초가 만들어진다’처럼 간단하게 한 문장으로 발화하고 통역 시험을 마쳤습니다. 분명 과정에서 더 덧붙여 설명하신 내용이 있는데 텍스트 이해를 하면서 긴장이 풀린 탓인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다른 세세한 부분은 놓친 채로 발화를 마쳤습니다.

모의고사 때 너무 긴장을 해서 pause도 너무 길었고 내용 전체를 다 살리지 못해서 모의고사가 끝날 때마다 엄청난 자괴감에 시달렸는데요, 지금 생각해 보면 모의고사에서 쓴 고통을 맛본 탓인지 오히려 시험장에서 떨지 않고 덤덤하게 통역하고 나온 것 같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교수님들께서 눈웃음과 함께 수고했다고 해주셔서 저도 덩달아 웃으며 교수님들께 merci를 외치며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듯 의자도 밀어 넣고 마지막까지 밝은 표정으로 나왔습니다.

시험이 끝난 직후에는 화기애애했던 시험장 분위기 덕분에 시험장을 나온 잠깐 동안은 힘들지 않았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제가 했던 실수들이 하나둘씩 생각나면서 왜 그 단어를 썼을까 왜 아는 표현을 쓰지 않고 굳이 문맥과 어색한 단어를 썼을까 생각을 하면서 내내 괴로웠습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나다 보니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이후에는 실수한 것을 지금 깨닫는 것만으로도 큰 발전을 했고 내년부터 다시 입시를 시작하게 되면 더 좋은 실력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시험 결과 발표 직전까지 혼자 영화를 보고 팔찌도 만들며 조용히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지막으로

앞만 보고 달려왔던 대학 입시 때와는 달리, 하고 싶었던 공부를 스스로 선택했던 것이 큰 계기가 되어 자신을 믿고 끝까지 열심히 입시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입시 내내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부족한 실력을 자책하며 보낸 힘든 시간도 분명 있었지만 입시를 하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게 돼서 너무 기뻤고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격려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뜻깊고 감사했습니다.

입시를 막 시작할 때 그리고 마지막까지 큰 용기를 주었던 주변분들과 2차 직전까지 꼭 시험 잘 보고 오자며 서로를 격려했던 학원 분들까지 정말 정말 감사한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분명 바쁘실 텐데 바쁜 시간 내주셔서 열심히 스터디 표 짜주신 지인씨와 마지막까지 재밌고 좋은 스터디 텍스트 만들어주신 학원 동기분들 한 분 한 분 정말 감사드려요. 그리고 무엇보다 수업 중간중간 격려와 좋은 강의로 수업을 이끌어주신 미숙 선생님, 고동은 선생님, 비록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슬아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쓰다보니 갑자기 말이 너무 길어져서 급하게 마무리 하는 것 같지만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