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번역대학원 입시 2023학년도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 합격수기 - 홍*린

작성자
홍*린
등록일
2022.11.24 05:26
조회수
124

안녕하세요, 2023학년도 외대 통대 한불과에 합격한 홍*린입니다. 제가 수기를 써도 여러분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어서 고민을 조금 많이 했지만 조금이나마 이 글을 읽고 힘내셨으면 하는 마음에 한번 끄적여봅니다. 

1. 수강 배경

2. 수강 과정 및 공부방법

3. 1차 시험 후기

4. 2차 시험 모의고사

5. 2차 시험 후기

6. 맺음말 

1. 수강 배경

저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한국인 부모 밑에서 자라서 어려서부터 2개국어를 꽤 자연스럽게 구사했습니다. 한국어는 자연스레 가족들과의 대화, 그리고 각종 미디어로 접하면서 구사하게 되었고 불어는 학교나 친구들을 만나면서 구사하게 됐어요. 고등학교때까지는 주변에 가족말고는 한국인이 없었는데 대학교를 엑상프로방스로 가고 한국어과 (정확히 말하면 LEA anglais-coreen 한국어응용학과)로 가게 되면서 많은 한국분들을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만났던 분들은 저에게 한국어를 잘한다며 프랑스에서 평생 살았다는 것에 놀랐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한국을 가도, 프랑스에 있어도, 겉도는 기분이 들어서 프랑스에서 태어난 제 자신이 싫기도 하고 꼭 한나라만 선택해야된다고 생각해서인지 정체성 혼란도 많이 겪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크면서 두 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서 나중에 이 장점을 살려 통번역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처음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대학교 1학년때 웹툰 번역을 시작했습니다. 몇개월간 잠시 작업을 하다가 멈췄습니다. 그리고 3학년으로 올라가고 제가 직접 회사들과 계약을 하고 일을 제대로 하기 시작해서 아직까지도 웹툰 번역일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번역을 접하게 되었고 통역에도 큰 관심이 있었기에 프랑스에서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비행기표를 끊고 통번역 대학원을 들어가기 위해 한국으로 날아왔습니다.

한국을 7월 초에 와서 그때부터 코리아헤럴드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남들보다 매우 늦게 시작하기도 했고 드라마 "스카이캐슬"처럼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사람들간에 경쟁이 너무 치열할까봐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제가 학원에서 만난분들은 다 너무 좋은 분들밖에 없었고 어쩌다보니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게 돼서 너무 좋은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작품(웹툰)을 여러개를 맡으면서 학원과 스터디를 병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즐겁고 재밌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2. 수강 과정 및 공부 방법 

수업 - 저는 7월달부터 10월달까지는 외대 통대 실전반 수업을 들었습니다. 전 살면서 한국어를 못 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학원을 다니던 초창기에는 제 한국어 실력이 너무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적잖아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수업이 재밌었지만 한국어를 너무 못한다고 생각이 들면서 우울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학원을 다니기 전까지는 "어떻게 1분30초 동안 한 지문을 노트 테이킹 없이 듣고 통역을 할 수 있는거지?"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기억을 잘하게 됐고 수업시간에서 배우는 용어들 덕분에 통역하는 것이 조금은 더 수월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7월 중반까지만 해도 통역, 특히 불한 통역이 하기 무서웠는데 8월 중순부터는 수요일에 있는 통역데이가 가장 기대되고 재밌었습니다. 7월달까지는 이슬아 선생님과 이미숙 선생님의 수업을 번갈아 가며 들을 수 있었고 8월달부터는 이대와 외대반이 나뉘게 되면서 저는 계속 이미숙 선생님의 수업을 들었습니다.

월요일에는 문장구역과 불한 통역, 시간이 남으면 라디오 청취했고, 수요일은 한불과 불한 통역데이, 금요일은 1차 시험 모의고사를 보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이 됐습니다. 월요일 문장구역을 위해 수업시간에 딱 맞춰가기 보다는 미리 가서 지문을 살짝 공부했습니다. 제일 재밌었던 수요일이 사실 제게 가장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저는 글을 쓰면서 암기하는 편인데 남들이 메인통역할 때 저는 늘 제가 지문을 듣고 생각나는 것을 적어서 유독 그날 했던 지문들이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노트 테이킹은 들었던 언어로 했고 선생님이 메인통역 끝나고 피드백하실때 그리고 서브 통역까지 마치고 피드백을 하실 때 몰랐던거나 알아두면 좋은 것들을 열심히 적었습니다. 스터디 - 욕심이 많은터라 스터디를 최대한 일찍 시작하고 싶었지만 선생님께서 적응할 시간도 필요하니 스터디는 8월달부터 하라고 하셨습니다. 7월 말에는 친절하게도 먼저 스터디를 제안해준 언니가 있어서 본격적으로 스터디를 시작하기 전, 스터디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아볼 겸 2번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8월부터는 운 좋게도 잘하는 분들 그룹에 들어가게 되어 4명이서 스터디를 일주일에 2번하고 7월부터 같이하던 언니와의 스터디도 계속 해서 일주일에 3번 하게 됐습니다. 랜덤 스터디도 재밌어 보여서 하게됐고 그렇게 고정 스터디와 랜덤 스터디를 번갈아가면서 하게 됐습니다. 일주일에 스터디를 총 4번을 했습니다. 9월달에는 고정스터디가 늘어서 랜덤을 살짝 줄이고 일주일에 5번으로 늘렸다가 10월달에는 고정과 랜덤, 총 7번을 진행했습니다. 일요일빼고 매일 했네요ㅎㅎ

저는 지문을 다시 보고 복습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언어를 배울 때 달달 외워서 하는 스타일도 아니기에 스터디가 공부가 많이 됐습니다. 수업 때 배운 것과 크리틱 받았던 것들을 스터디하면서 활용하는 게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스터디 자료를 처음 준비할 때 한국어는 kbs world에서 가져오고 불어는 rfi에서 가져갔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어렵게 준비해가서 초반 스터디원들한테 많이 미안합니다... 나중에 불어 같은 경우에 lumni (1 jour, 1 question), 한국어는 YouTube에서 본 흥미로운 주제 위주로 가져갔습니다.

3. 1차 시험 후기

저는 신촌에 자리 잡아서 외대까지 거리가 약 1시간정도 걸립니다. 토요일 아침이라 지하철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앉아서 갈 수 있었고 최대한 아무생각을 안 하면서 갔습니다. 마지막으로 읽은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길래 시험 시간이 될때까지 기다리면서 공부할 것들을 챙겨가지 않았습니다. 사실 학원에서 수도없이 1차 시험 모의고사를 봐서인지 긴장을 별로 안 했습니다. 하지만 듣기 시험이 끝나고 나서는 주제가 너무 난해해서 꽤 당황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잠깐의 휴식시간을 가지고 나서 에세이가 시작됐는데 시험지를 한장밖에 나눠주지 않아 또 한번 당황을 했습니다. 한불을 꽤 길게 쓰는 편인데 한장안에 모든것을 적어야 하니 많이 축약해야 돼서 아쉬웠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나서 끝났다는 해방감보다는 주제가 난해했어서 남은 찝찝함과 2차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는 긴장감만이 남았었습니다. 그래도 시험 끝나고 나서 학원 언니 오빠들과 재밌고 좋은 시간을 보내서 (시험 빼고) 굉장히 행복했던 하루였습니다.

4. 2차 시험 모의고사 

1차 시험이 끝나면 총 3번의 모의고사를 학원에서 진행하게 됩니다. 수험번호 순서대로 들어가서 실제 시험처럼 선생님 세분 앞에서 통역이 진행됩니다. 통역을 하기 전 간단하게 질의응답을 하고 한불, 불한 순서대로 했습니다. 첫 모의고사가 끝나고 불한에서 처음부터 전혀 모르는 용어가 나와서 다들 많이 놀라고 당황했었습니다. 하지만 전 개인적으로 모의고사 거듭될수록 점점 난이도가 쉬워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학원에서 시험이 진행돼서 그런건지 제가 원래 긴장을 잘 안 하는 편이어서 그랬던건지, 크게 긴장을 안 했습니다. 질의응답을 하면서 긴장이 많이 풀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자신감을 조금 얻고 스터디를 계속 했습니다. 고정이 있는 날은 랜덤을 아예 안 했습니다. 랜덤 스터디는 오전반 오후반 다 같이 모여서 했습니다. 하루에 여러개를 하고 파트너는 계속 바꿔가면서 진행했습니다. 

5. 2차 시험 후기

대망의 2차날, 전날 최대한 일찍 자고 시험 당일날에는 새벽 5시에 일어났습니다. 원래 야행성이라 못 일어날까봐 걱정돼서 알람을 많이 맞춰놓고 잤는데 긴장을 하면서 자서인지 잘 일어나지더군요. 제 수험번호는 4번이어서 오전에 시험을 봤습니다. 이날 아침이 유독 추웠습니다. 그래서 옷은 검은색 슬랙스, 검정에 가까운 얇은 목폴라, 그 위에는 흰 와이셔츠, 위로 회색 자켓과 최종적으로 흰 패딩을 입고 갔습니다. 너무 화려하지않은 목걸이와 귀걸이를 착용했고 화장도 살짝 해줬습니다. 대기실인 애경홀에는 대략 8시 반쯤에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애경홀은 각 과가 구분되어있는 형식이었고 저는 한불과를 찾아 제 자리에 가서 앉았습니다. 수험번호가 붙어 있으니 자리 찾기가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2차 시험을 볼 때에는 수험표를 왼쪽 가슴에 달아야 하는데 미리 집에서 준비해 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수험번호와 사진까지 잘 나오게 자르고 뒤에 옷핀을 고정 시켜두시면 됩니다. 물론 준비를 못 하셨다면 외대 측에서도 가위와 옷핀을 빌려주니까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앞에 한영불과 준비하던 분들이 두분이 붙어서 원래 순서인 4번이 아닌 6번으로 시험을 봤습니다. 보통 10~15분 간격으로 불려나갑니다. 이름이 호명된 후 시험장으로 이동하는데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에 살짝 떨렸습니다. 주변에 계셨던 다른 수험생들을 보며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있다가 앞사람이 나오니까 그때 다시 살짝 긴장이 됐습니다. 심호흡 한번 하고 나서 들어갔는데 당황스러운 포인트가 많았습니다. 원래 원어민 남자 교수님이 계실거라 했는데 여자 교수님 세분이 계시길래 당황스러웠습니다(나중에 알게 된 건데 코로나 걸리셔서 못 나오셨던 거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프랑스 국적이라 프랑스 사람이냐고 물어보시더니 왜 프랑스에서 태어난거냐며 인생사에 대해 이야기 해보라고 하셔서 살짝 당황했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몰랐고 답변이 너무 길어질까봐 걱정돼서 최대한 축약해서 말씀 드렸습니다. 그러고서는 갑자기 한국어로 제 일에 관심을 보이시면서 웹툰 번역할 때 힘든 점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당황해서 "한국....어로...요....?"라고 물었고 한국어로 답해달라고 교수님께서 말씀 하셨습니다. 그렇게 잘 넘기고 통역이 시작됐습니다. 학원에서는 한불-불한순으로 할 것이기 때문에 스터디 할때도 계속 이 순서로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불한-한불로 나와서 거기서 또 당황했습니다.

불한 - 한 게임 개발자가 공포게임을 만들었는데 이케아를 연상케 하는 게임이었습니다. 이케아 측에서는 이에 불만을 터트렸고 게임 개발자에게 10일의 기간을 줬습니다. 10일안에 게임에 나오는 요소들을 바꾸지 않으면 이케아 측에서 고소를 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불 - 초콜릿의 효능과 오해

불한을 할 때 잘 안들리고 너무 문어체적이어서 많이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래도 빠르게 맥락을 잡고 늘 불안해했던 불한이었는데 생각보다 나름 잘 나와서 저 스스로가 놀랐었습니다. 하지만 잘해냈다는 안도감 때문이었을까요? 너무 긴장이 풀렸던 것 같습니다. 한불을 읽어주실 때 분명히 다 알아들었고 어렵지 않은 지문이었는데 초반에 잘 나와주다가 갑자기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생각해내려고 계속 Euh...를 했고 교수님들은 고개를 끄덕거려 주시며 제가 생각날 때까지 기다려주셨습니다. 그래도 저는 생각이 안나서 잠시 고개를 떨구고는 너무 당황을 해버렸습니다. 한번도 한불에서 실수를 안 했던터라 더 슬펐지만 뭐라도 끝내야겠다는 생각에 얼른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교수님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웃어주시면서 고개를 끄덕여주셨지만 저는 마지막에 자신감을 다 잃어버린 채, 황급히 인사를 하고 나왔습니다. 끝나고 나서 너무 우울했습니다. 잘 나가다 마지막에 삐끗해버렸고 그렇게 잊어버리면서 누락된 부분도 꽤 있었습니다. 교수님들은 자신감 있는 모습을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 "실수했어도 아무렇지 않은척 할걸..."이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시험 끝나고 못 즐겼던 걸 즐기려고 했지만 갑자기 일이 급격하게 늘어서 제대로 놀지도 못했습니다. 집에 자주 있다보니 자꾸 실수에 대해서 생각이 나고 시험 떨어질 거 같다는 생각만 계속 했습니다. 떨어지는 것도 슬프지만 이번에 떨어지면 학원분들과 다시 못 볼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 우울했습니다.

시험 끝나고 나서는 계속 긴장하면서 살았습니다. 최종 합격자 발표 전날에는 너무 긴장돼서 토할 거 같았고 심장이 너무 떨려서 잠도 안 왔습니다. 14시에 발표 예정이었지만 10시 반쯤에 발표가 났습니다. 조회하기 전까지는 손이 너무 떨리고 숨도 잘 안 쉬어질 정도로 엄청 긴장을 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라는 문구를 보자마자 안도감에 눈물이 났습니다.

6. 맺음말

합격수기를 보면서 늘 부럽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렇게 합격수기를 쓰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고 사실 아직도 꿈속인 것 같습니다. 저는 시험 준비를 하면서 단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무의식적으로 제 단점을 남들과 비교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한국에서 산 경험이 없으니 당연히 학원에 있는 분들보다 한국어 실력이 떨어졌습니다. 원어민과 비교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비교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단점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 아무리 남들이 장점을 봐주며 잘한다 잘한다 해줘도 자기자신은 단점부터 봅니다. 하지만 그 단점을 보완하려 하면서 자신의 장점을 살려보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입니다. 각자 다른 인생을 살아왔고 남들과 비교하는 것은 자존감만 깎아먹는 행동입니다. 남들을 따라가려 하지말고 자신의 속도대로 천천히 가는 게 더 좋습니다. 통번역대학원을 준비하는 모든 분들, 정말 대단한 분들이고 뭘 하든 다 잘 해낼 분들이라고 믿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코리아헤럴드 학원 선생님분들 그동안 많은 것들을 배웠고 너무 감사했습니다. 학원에서 나이가 제일 어리다보니 막내였는데 저를 잘 챙겨주고 예뻐해준 학원 언니 오빠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다들 하나같이 수고 많으셨고 이번에 합격하신 분들 너무 축하드립니다! 같이 함께 하지 못한 분들은 너무나도 아쉽지만 내년에는 꼭 성공하실겁니다!

짧게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주저리 주저리 길어진 것 같네요.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felicitations et courage a vous to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