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번역대학원 입시 2023학년도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 합격수기 서*혜

작성자
서*혜
등록일
2022.12.07 10:18
조회수
114

안녕하세요. 저에게도 드디어 이 귀한 문장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왔네요. “2023년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에 합격한 서*혜입니다.” 간략한 제 소개를 하자면, MZ세대의 끄트머리에 있는, MBTI보다 사주팔자에 더 관심이 많은, 그리고 (아마도) 나이가 가장 많은 재수생입니다.

미숙선생님과 처음 상담을 했을때, 선생님께서 제게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은혜씨, 내가 은혜씨의 대학원 합격과 결혼까지 모두 성사시켜줄께요.” 네, 저는 지금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합격 수기를 쓰고 있습니다. 다른 학우들처럼 정갈하게 잘 쓰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 그래도 두서없는 내용이지만, 입시를 준비하는 예비수험생분들, 특히 나이때문에 주저하고 있을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글이길 바랍니다.

코로나가 쏘아올린 입시준비

약 10여년 전 불문학과를 졸업 후, 어떻게든 전공을 살리기 위해서, 작은 중소기업에 취직을 했습니다.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정수장 과업을 진행하던 회사였고, 덕분에 스물여섯이라는 나이에 처음으로 아프리카에 파견되어 약 1년정도 업무 수행 후 한국으로 왔습니다. 이후, 통번역사들의 사관학교라 불리는 동명기술공단이라는 설계회사에 입사하여 알제리로 파견을 다녀왔습니다.

개인사정으로 일을 그만두고 한국에서 지내다가, 느즈막히 서른 한살이라는 나이에 프랑스 비쉬로 어학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이후, 진로를 계속 방황하다가, 다시금 기회가 주어져 알제리로 또 파견을 나갔습니다. 당시 제가 있던 현장에 통번역사가 총 4명이 있었는데, 코로나가 터지고 난 후, 현장 또한 과업 중지에 처해지자 일부의 인원만 남고 모두 한국으로 귀국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통역사도 한명만 남게 되었는데, 날고 기던 모든 통역사를 제치고 남은 한명의 통역사는 통번역대학원생 출신이었습니다. 아마도 그것이 통번역대학원 입시를 준비하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온,오프라인으로 모두 만나본 해럴드 선생님들

지난 2021년에 2월부터 오프라인 강의를 들었습니다. 이슬아선생님의 작문반 수업도 외대반으로 나뉘기 전까지 수강했습니다. 지난해 7월 첫 상담에서 문법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미숙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박지원 선생님의 중급문법강의를 온라인 수업으로 병행했고, 고동은 선생님과 코칭뿌도 3개월가량 들었습니다.그뿐만 아니라, 프랜치마스터의 온라인 강의인 이미숙선생님의 시사불어와 이슬아선생님의 작문수업도 들었습니다. 올해는 지난해와 비슷하게, 이미숙선생님의 오프라인 수업과 이슬아선생님의 작문반 그리고 코칭뿌까지 진행했습니다.

예습은 선택, 복습은 필수

시작반은 수업 전날, 문장구역이 미리 올라옵니다. 따라서, 지난해 시작반에 있을때는 문장구역을 수업 전날 예습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올해는 실전반부터 들었기때문에 따로 예습을 하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복습은 필수입니다. 저는 초/중/고 그리고 대학시절에도 복습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입시준비를 하면서, 복습은 필수로 했는데, 대부분의 입시준비생들이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 복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단어정리로만 복습을 했다면, 올해는 보다 세분화하여 복습을 했습니다. 단어정리, 주요표현정리, 그리고 분야별 정리입니다. 단어정리는 미숙선생님이 추천해주신 것처럼 엑셀로 표를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단어정리를 하다보면 나만의 사전을 만들수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들께서 알려주시는 주옥같은 표현들과 단어들이 때때로 네이버불어사전에는 나오지 않을때가 있습니다. 구글링을 하자니 시간이 오래걸리기도 합니다. 이럴때 유용했던 것이 단어정리 엑셀이었던 것 같습니다. 주요표현정리는, 수업을 듣다보면, 반복되는 문장이나 상황들이 있습니다. 그때 적절하게 쓸 수 있는 표현들을 따로 정리해 놓은 것입니다. 예를 들면, “한국이 ㅇㅇ분야에서 세계 ㅇㅇ위이다” 등의 표현을 따로 정리해 놓으면, 나중에 필요할 때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외워놓으면 좋겠지만, 저는 단어나 문장을 따로 달달 외우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이 방법이 훨씬 단어와 문장을 쉽게 익히는 접근방법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분야별 정리입니다. 분야별 정리는 특히 1차 모의고사 오답노트를 만들면서 다시한번 복습차원에서 진행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 2022년 9월 16일 모의고사 한불에세이에 인공지능과 창의성에 대한 주제가 나왔다면, 오답노트와 더불어 인공지능에 관한 주요 단어, 주요 문장등을 다시 정리했습니다.

인풋이 많아야 아웃풋이 많다

이슬아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적이 있습니다. ‘한불통역은 결국 늘기 마련이다, 하지만 불한통역이 여러분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이전까지는 선생님의 말씀이 별로 와닿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불한통역은 발화가 잘 되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9월부터였습니다. 어느순간 불한텍스트가 전혀 들리지 않는 상태가 되어버렸기 때문이죠. 이때, 이슬아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방법이 유용했습니다.

바로, 1분에서 1분 30초짜리 스크랩트가 있는 라디오나 영상을 듣는것입니다. 저는 TF1이나 chose a savoir, le billet science 에서 자료를 많이 참조했습니다. 일단 불어원문을 듣고 발화를 합니다. 본인의 발화를 녹음하여, 원문 스트립트와 비교하여 누락된 부분을 체크합니다. 그리고 스크립트를 보면서 원문을 재청취합니다. 모르는 단어들 중에서 키워드만 3-4개 찾아보고 다른 텍스트로 넘어갑니다. 이 방법을 한시간동안 진행합니다. 한시간에 최대 10개까지도 들을 수 있다고 하는데, 저는 7개가 최대였네요.

이 방법은 텍스트가 어렵지 않아야 않고 짧아야 합니다. 그리고 본인이 좋아하는 주제로 텍스트를 선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새로운 단어를 배우는 것보다 단기 집중을 통해 듣기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2주정도 이 훈련을 했는데, 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다.

독해는, 그날 흥미있는 주제나 전날 수업에서 나온 주제를 구글링해서 읽었습니다. 같은 주제라도 단어를 정말 다양하게 쓰이기 때문에 저에게 오히려 주제 구글링이 유용했던 것같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여름 강우로 인해 서울의 반지하가 이슈가 되었을 때, “강우”라는 표현이 각기 다른 기사마다 la forte averse/ la forte pluie/ les pluies torrentielles/ les pluies diluviennes 그리고 les inondations mortelles 등등 다양하게 쓰이기 때문에, 한가지 주제에 대해 다양한 텍스트를 접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한불통역 또는 한불번역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제가 선택한 방법은 스터디 자료를 만들때 한글지문을 직접 번역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방법은 자료를 찾고, 번역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다소 걸리지만, 완벽한 나만의 한불텍스트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스터디원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더 많이 공을 들여 번역하기 때문에 공부가 더 잘 되기도 합니다.

쿠크다스 멘탈

입시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멘탈관리입니다. 저는 딱히 관리라고 할 것이 없네요. 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이죠. 재수생이다보니, 중압감이 작년보다 배로 심했습니다. 또한, 결혼준비를 병행하다보니, 극한의 다이어트로 한껏 예민해 있기도 했구요. 특히, 한불발화가 제대로 안나오는 날이면, 강의실 맨 뒷자리에서 수업시간 내내 소리없이 울다가 집에 가기도 했습니다.

한번은, 제가 한불 발화가 너무 안되니까, 보다 못한 이미숙 선생님께서 따로 상담을 한번 더 하자고 하시며, 조각조각난 제 멘탈을 다시 붙여주시기도 했어요.

재상담하던 날, 선생님을 붙잡고 이대 번역학과 간다는 절 왜 외대로 지원하게 하셨냐고 푸념아닌 푸념을 늘어놓았는데, 이자리를 빌어 선생님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시험에서 중요한 것은?

저는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순발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떨어진 가장 큰 원인중에 하나가 이 순발력이 아니였나 싶기 때문입니다. 작년 2차 한불통역 주제가 코로나로 인한 근로환경의 변화 및 젊은 세대의 우파화였습니다. 근로환경의 변화에서 1/3은 재택근무형태로, 1/3은 불안정한 근무형태, 마지막 1/3은 실직으로 3가지 형태로 구분되는 텍스트였습니다. 근데 제가 여기서 범한 가장 큰 실수가, 첫번째 1/3을 un tiers로 발화했는데 두번째 1/3을 불어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는 겁니다. 그 이후로 한불통역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채 시험장을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합격한 다른 학우들에게 물어보니 첫번째,두번째 그리고 세번째 그룹 또는 파트라고 표현을 했더라구요.

전년도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표현을 구사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기억이 안나도 마무리를 꼭 지으려고 했습니다. 따라서, 올해 초코렛의 장단점으로 나온 한불통역은,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고, 디테일이 생각나는 부분까지 발화하려고 했습니다. 결국 마지막 문장이, 초코렛에는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있다. 라고 끝냈던 걸로 기억합니다.

불한통역은 두번째 단락 전체를 통으로 날려버렸습니다. 하지만 통역 마무리하면서, 발화하지 않은 한문장이 생각나 한문장을 덧붙였습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발화하려는 모습이 합격요인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통역에 앞서, 받은 첫 질문은 졸업을 2011년도에 했는데, 그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전부 이야기해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아프리카 콩고, 알제리, 프랑스 그리고 또다시 알제리..등에서 쌓은 경험을 불어로 이야기 했습니다. 추가질문으로, 더이상 일하지 않고 대학원을 준비한 이유에 대해 물으셨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아무리 경력이 많고, 통역을 잘해도 결국 현장에 남는 사람은 소위 “가방끈이 가장 긴” 석사출신이 남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MBTI보다 사주팔자를 더 흥미있어 합니다. 제가 20년도 말에 운세를 보았는데, 귀인이 나타나고 큰 이동수가 있어서 인생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에게 나타난 귀인은 제 신랑뿐만 아니라, 코리아해럴드 선생님들 그리고 작년과 올해 함께 공부한 학우들인것 같습니다. 모두 최근 2-3년안에 만난 저에겐 더없이 귀한 사람들이네요. 성격상, 먼저 말걸거나 인사도 잘 하지 않는 저에게, 언니/누나라고 다정히 말걸어주고, 결혼에 더없이 축하해주던 학우들에게 이자리를 빌어 고맙다 전하고 싶습니다. 스터디하기 싫을때, 수업 빼먹고 술먹고 싶을때, 제 멱살잡고 책상으로 끌고 가준 학우들.. 너무 고마워요.

그리고, 저를 합격까지 이끌어주신 이미숙선생님이야말로 제 인생의 가장 큰 귀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바람에 흩날리던 제 멘탈을 하나하나 잡아서 붙여주신 선생님 덕분에 제가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요즘 아침마다 은평구쪽을 바라보며 감사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작년 코칭뿌에서 거지같은 제 발화실력도 잘한다며 칭찬으로 일색해주셨던 고동은선생님, 작년 불합격이후 연락도 제대로 못드렸는데, 먼저 결혼축하까지 해주시고, 너무 감사합니다.

빛과 소금같은 표현으로 제 작문실력을 향상시켜주신 이슬아선생님, 제가 작문반에서 처음 excellent을 받은날 얼마나 기뻤는지 선생님은 모르실 거예요. 그리고 쓰러져가는 제 기초문법을 다시 탄탄히 잡아주신 온라인의 박지원선생님.. 모두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당사자는 보지 못하겠지만, 한의원에서 총명탕까지 지어주며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신랑에게도 감사합니다. 합격자 발표날 믿기지않아서 신랑에게 볼 꼬집어달라, 뺨 때려달라, 꿀밤달라 했다가 결국 쎄게 맞고, 되려 화내서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