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번역대학원 입시

2024학년도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 합격수기 - 박*주

작성자 박*주

작성일 2023.12.21

조회수 557

안녕하세요 한국외대 한불과에 입학하게 된 박*주 입니다. 저는 2021년 12월부터 헤럴드에 다니기 시작해서 23년도 시험에 응시하였으나 한차례 떨어지고 올해 재응시하여 합격했습니다.


1. 수강전


우선 저는 고등학교, 대학교 때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대학교 졸업 전에 B2까지 딴 상태였습니다. 해외 경험은 프랑스로 교환학생 1년을 다녀온게 다였습니다. 그리고 21년 여름쯤 통대 입시를 해보기로 결심했는데 통대에 지원하기엔 늦은 것 같아 대신 C1을 공부해서 11월에 취득했습니다. 그리고 21년 12월에 헤럴드에 처음 오게 되었습니다.




2. 수강목록
2021년 12월 ~ 2022년 6월 시작반 (오프, 7개월 / 1-6월 동안 직장 병행)
2022년 7월 ~ 10월 실전반 (오프, 4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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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실전반 (오프, 1개월)
2023년 5월 작문반 (온라인, 1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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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공부방법


3-1.문장구역&단어정리




문장구역과 단어 복습은 꾸준히 하긴 했지만 저한테 맞는 방법을 찾지 못해서 계속 해메다가 여름이 거의 끝날 때 쯤에서야 제 스타일을 찾았어요. 저에게 제일 도움이 됐던 방법은 정리를 따로 하지 않고 그냥 머리에 바로 외우는 거였어요. 괜히 따로 엑셀에 정리하려니까 시간만 가더라구요. 정리하면서 조금 외워지기도 했지만요.



실전반에 갔을 쯤부터 매일 시작반 문장구역 텍스트 중 통역에 쓸만한 표현이 들어있는 문장들을 통째로 외웠어요. 처음에는 중요한 표현이 하도 많아서 거의 텍스트 전문을 외우다시피 했는데 하다보니 반복되는 표현이 많아서 텍스트당 외워야할게 10문장 이하로 줄어들었어요.



단어는 주제별로 정말 중요한 명사와 동사 정도만 정리했어요. 그리고 a4 크기만한 노트에 비슷한 주제어들끼리 모아서 한면에 적으니까 약간 마인드맵 같기도 해서 연상이 더 잘 되는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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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불한통역


여태껏 델프나 공부해봤지 통역을 하려니까 너무 낯설었어요. 알아들었다고 생각했는데 통역해보라고 하면 하나도 기억이 안났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대로 알아들은게 아니라 절반만 겨우 들어서 이해를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욕심을 버리고 불어 한문장을 입으로 읽고 눈감고 소근거리면서(지하철이라 할 수 없이) 통역하면서 조금씩 해봤어요. 저는 통학거리가 왕복 네시간이라서 오히려 이때 집중해서 통역 연습하기가 좋았어요. 그래서 어쩌다보니 주3회 하루에 3시간 정도씩 연습하게 되었어요. 그러다보니까 한문장에서 두문장, 세문장… 한문단, 두문단… 기억력이 늘어나더라구요. 그리고 입으로 읽는게 평소 제 암기 방법이었어서 그런지 무의식적으로 단어들이 외워졌던 것 같기도 해요.


그 다음부터는 듣고 통역하는 연습을 했어요. 그런데 저는 당시 일을 하고 있었던 터라 강의 영상으로 복습을 하거나 불어 텍스트를 읽어달라고 할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번역기를 사용했는데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애플 번역기가 따로 있어요(구글 번역기도 되는데 애플이 좀더 자연스러워요). 불한 통역을 하고 싶을 땐, 출발어와 도착어를 모두 프랑스어로 설정하고 텍스트를 입력한 다음 플레이를 누르면 번역기가 텍스트를 읽어줘요!ㅋㅋ 한불 통역을 하고 싶을 땐, 출발어와 도착어를 모두 한국어로 하면 돼요.



속도는 처음에 3/4배속으로 연습하다가 익숙해진 후엔 1배속으로 연습했어요. 참고로 실제 시험에서 교수님들이 읽어주시는 속도는 (체감상) 애플 번역기 기준으로 3/4배속보다는 빠르고 1배속보다는 느린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중요한 팁은! 텍스트에서 온점(.)과 반점(,)을 제외한 모든 문장부호 및 기호는 삭제하고, 문장 끝에 온점을 넣어줘야 해요. 해보면 아시겠지만 안그러면 기계가 이상하게 읽어요. 흐름상 헷갈리니 소제목들도 다 삭제하는게 좋구요.3-3.한불통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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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추석 전까지는 한불 통역에서 입도 못떼던 편이었어요. 한두문장 겨우 발화할까말까였고 심지어 말한 것도 원문과는 틀린 수준이었어요. 마이크만 잡으면 식은땀이 나고 심장이 떨리더라구요 ㅎㅎ 그저 듣는 사람들이 많아서라기 보단 불어를 다 아는 사람들 앞에서 통역을 하려니까 제 실력이 낱낱히 드러날거란 두려움에 더 긴장됐던 것 같아요. 그렇게 별다른 방법없이 혼자 통역연습 해보고 미숙쌤이 주신 통역 답안을 무작정 외우기를 반복했어요. 그러다가 추석 연휴때 놀 자격이 없는 것 같아 매일 2-3회씩 스터디를 잡아서 했어요. 그리고 놀랍게도 입이 트였고 원문 길이의 절반밖에 안되는 발화량이었지만 그래도 핵심 내용은 얼추 다 통역하는 수준이 됐어요. 스터디를 많이 해서라기보단 이때부터 복습했던 방식이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1)한불통역 녹음본 듣고 스크립트 쓰기



2)문법 오류“만” 먼저 고치기



3)원문에 없었던 내용 & glissement 문장 삭제하기



4)순서 바뀐 문장 원위치로 옮기기



5)원문에서 놓쳤던 핵심 내용 추가하기



6)내가 통역했던 문장들을 더 있어보이는 표현으로 바꿔보기


통역 스터디를 하거나 혼자 통역 연습을 한 뒤엔 꼭 위와 같은 순서로 한 단계도 빠짐없이 복습을 했어요. 스터디원분들이 한불통역할 때 문법 실수를 어떻게 거의 안하는지 물어봐주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2번 단계를 반복하고 나서부터 문법 실수가 크게 줄어들었던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저도 문법 하나도 신경도 안쓰고 막 말하는 스타일이었거든요?? 그리고 3-5단계를 반복하면서 통역할 때 개요가 좀더 잘 잡혔어요.


3-4.1차 청취요약/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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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관련해서는 처음엔 다들 걱정이지만 결국 나중에 다들 잘 하게 되시기도 하고 다른분들이 잘 적어주셔서 간략하게만 적을게요.



초반에 시간도 못맞추고 감도 못잡았었지만 8월쯤에 1차 스터디를 하면서 많이 나아졌습니다. 주1회 외대 기출문제를 가지고 실전처럼 모의시험을 봤고 4회차쯤 했을 때 어느정도 실력이 안정화됐다고 느껴서 1차 스터디는 마무리했습니다. 참고로 청취요약의 경우엔 스터디원들끼리 번갈아가면서 녹음을 해갔어요.



1차는 문장 호응이 안될 정도로 문법을 틀리지 않고 분량을 다 채우기만 하면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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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도 시험 준비 및 후기


1.시험 전


4월부터 다시 학원에서 실전반 수강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마이크를 잡고 발표하는게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떨렸고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였어요. 게다가 이미 작년에 공부한게 있으니 더 잘해야 할 것 같은 욕심과 부담감이 느껴졌어요. 작년과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부담감과 통역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는게 저에겐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운이 좋게도 프랑스 관련 회사에 취직이 되어서 올해는 너무 공부에만 얽메이지 않고 다른 생활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학원은 올해는 한달만 다니고 그만두었습니다. 사실 일을 하면서 공부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할 것 같기도 했고 작년에 학원에서 배운걸로 혼자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뻔뻔한 마음도 있었어요 ㅎㅎ 다행히 불어를 쓰는 직업이라 감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건 막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업무에서 사용하는 불어 수준이 높진 않지만 오히려 편하게 이야기할 상황이 많아서 불어를 쓸 때 항상 긴장하던 저에겐 좋은 환경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 외엔 월 2-3회 정도 통역 스터디를 했고 너무 어려운 텍스트보다는 배웠던 주제를 복습할겸 간단명료한 텍스트들을 준비해갔습니다. 2차 시험 일주일 전에 휴가를 내서랜덤 스터디에 참여해서 하루 2회씩 통역 연습을 했습니다.


2.1차 시험



(다른 분들이 잘 써주셔서 생략하겠습니다.)


3.2차 시험 후기


-텍스트 읽기



시험실에 들어가자마자 잡지가 펼쳐져 있었고 형광펜으로 표시한 문단을 읽어보라고 하셨습니다. 작년에는 이런게 없어서 어리둥절 했지만 읽으라고만 하셨으니 읽으면 되겠지 하고 읽었어요. 무슨 ~~tion으로 끝나는 엄청 긴 단어와 여러번 나왔던 cephale 라는 단어에서 버벅거리긴 했지만 그 외엔 무난히 잘 읽었던 것 같아요.


-개인 질문



지금 일을 하고 있는데 어떤 업무인지, 합격하면 일을 그만둘 의향이 있는지를 물어보셨고 짧게 답하고 개인질문은 끝났습니다.


-불한



제 통역 답안을 적는건 너무 부끄럽긴 하지만.. 지난 합격수기들을 보면서 가장 궁금했던게 어느 수준으로 통역해서 합격했는지였거든요. 이따위로 한 사람도 붙는다는걸 알면 도움이 되시지 않을까 해서 부끄럽지만 적어봅니다..


“인터넷 상에서 과장된 소문이 돌고 있는데요. 바로 빨간 바나나는 에이즈에 감염된 혈액을 누군가 주입한 것이라는 소문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우선 바나나의 붉은 색은 인간의 혈액이 아니라 과일 그 자체의 질병입니다. 그리고 이 소문이 사실보다 훨씬 더 과장된 것인데요, 그 이유는 과일을 통해 에이즈에 감염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에이즈는 사람의 혈액 등을 통해 감염됩니다. Puis-je ajouter quelques choses ? 이 소문이 사실이 아닌 첫번째 이유는 현재까지 유통되는 바나나 중에서 에이즈 환자의 혈액이 주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바나나가 신고된 적은 한번도 없다는 것 입니다.”


실제로는 이렇게 깔끔하게 발화하지 못했어요. 한국언데 약간 말꼬임도 있었구요. 그리고 붉은 반점이라고 안하고 그냥 빨간색, 빨간 부분이라고만 했던거 같아요. “사람의 혈액을 통해 감염된다”는 부분은 원문에 있었는지 없었는지 확실하지 않아요. 통역할 당시에도 원문에 있었는지 확실하진 않았는데 없으면 너무 띡 끝나는게 이상하길래 그 내용이 있었던 것 같아 일단 말했어요. 나중에 원문 기사를 보니 그 내용이 있기는 한데, 다른 수강생 분들은 없었던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한불



한불통역은 아무래도 너무 부끄러워서 한국어로만 적을게요…ㅎㅎ 항상 그랬지만 엄청 단순한 표현들만 사용했습니다.


“(첫문장에서 pailles en papier라고 해야했는데 en plastique이라고 잘못말해서 다시 시작함.) 요즘 식당이나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찾아보기 어렵다. 종이 빨대를 더 사용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빨대가 젖으면 고객들이 마시기 불편하다는 문제가 있다. 게다가 종이 빨대에는 합성 물질이 들어있어서 재활용이 어렵다. 또한 빨대가 젖으면 재활용할 수 없다. 그런데 왜 기업들은 종이빨대 사용을 권장하고 친환경 소비를 추구할까? 오늘날 소비자들은 가격이 비싸도 환경을 보호하는 제품 구매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조사에 따르면 이삼십대 소비자들이 가격이 비싸도 환경을 보호하는 제품을 구매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렇게 끝내고 단점 부분에 내용이 더 있었다는게 기억나서 더 덧붙여도 될까요?”라고 해놓고 기억이 안나서 앉아만 있었어요 ㅋㅋ 그랬더니 교수님들이 기억 안나면 끝내도 돼요 라고 하셨는데 작년에 충분히 발화도 못하고 자리를 금방 떠버린게 너무 후회가 됐어서 모른척하고 엉덩이 딱 붙이고 앉아있었어요 ㅋㅋ 그리고 두문장 정도 더 말했는데 하나는 합성수지 관련해서 덧붙였고 다른건 기억안나네요.. 이미 말했던 내용과 살짝 겹치는 문장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시험장에서 나오고 나서야 교수님이 나가도 된다고 하셨던게 지금 통역으로 충분한데 괜히 거기서 더 덧붙이지 말란 뜻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차 싶더라구요.



그리고 친환경 마케팅을 la consommation respecteuse라고 말해버렸어요. 시험 직전에 주워들은 단언데 그게 아니란걸 알았지만 순간 이것 말고 다른 표현이 도저히 생각나지 않아서 그냥 말해버렸어요.. 이 외에도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종이 빨대를 사용하는 이유는 단가가 싸기 때문이다, 분해되지 않는 경우 해양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친환경 마케팅이 매출 증가와 연결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친환경 마케팅을 한다” 등의 내용도 중요했던 것 같은데 까먹고 통역하지 못했어요.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하나 계속 고민하다가 이렇게 늦게 올리게 되었네요 ㅎㅎ 도움될만한 내용만 간단하게 쓸까 하다가 결국 이렇게 구구절절하게 쓴건, 제가 뭔가 대단해서 합격한게 아니고 입을 제대로 떼지도 못했던 시기가 있었단 걸 아시면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께 용기가 될까 싶어서였어요. 저에게 맞는 방법을 찾기 전까지 많은 시행착오도 있었고 그 과정이 오래 걸리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 과정이 늦거나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제가 공부했던 시간과 노력들이 쓸모 없어지는건 아니더라구요. 저는 그 사실을 작년에 한참 공부할 땐 몰랐어서 마음이 편하지 못했지만 다음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은 너무 큰 부담을 갖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일 때문에 스터디에 자주 빠졌는데도 끝까지 저와 같이 가준 ㅇㅇ이, ㅎㅇ이, ㅊㄹ, ㅈㅅ 언니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



미숙쌤 저보다도 절 더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통역 고민이 생길 때마다 미숙쌤이 주신 해결책이 저한테 딱 필요한 방법이었어서 통역 실력이 실제로 늘었을 때 정말 신기했어요 ㅎㅎ



슬아쌤 유익한 수업 항상 감사했습니다! 재밌어서 더 듣고 싶었는데 어쩌다보니 작년도 올해도 한달씩밖에 수강하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어요.


모든 수강생분들 한 해동안 공부하느라 고생 많으셨고 앞으로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