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번역대학원 입시

2024학년도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 합격수기 - 김*정

작성자 김*정

작성일 2023.12.21

조회수 331

안녕하세요, 2024학년도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한불과에 합격한 김*정입니다. 아직도 믿어지지 않지만, 합격수기 최대한 굵고 짧게 적어보겠습니다.

우선, 학원에서 수강한 과목들을 간단히 나열하자면
4월-6월 : 시작반
7월 : 실전반
8월-10월 : 외대 실전반
7월-10월 : 1:1수업(고동은선생님)
입니다.

<들어가며>

제가 처음 학원에 온 건 사실 DALF C2 시험을 위해서였습니다. 불문과 전공자로서 불어의 끝장을 보고싶다는 생각으로, 내가 불어로 밥벌이 해먹고 살 수 있으려면 무엇을 해야하나 고민할 때, 학교 선배가 C2 시험 준비하면서 통대 준비를 해보는 건 어떠냐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통대 재학 중인 동기에게 조언을 얻어 저에게 전달해 주었습니다. '대학원에 갈지 말지 혼자 고민만 하는 것은 아무런 소용도 없다. 통대 시험을 준비하는 학원이 있는데, 거기에 가서 수업을 들어보면 자기 사이즈가 나온다. 일단 가 보아라'는 말에 4월부터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 말이 저를 여기까지 오게 했네요.

줄여 말하면 5월에 달프 시험을 보았는데요, 떨어졌습니다. 달프는 떨어졌지만 두 달 동안 열심히 학원에서 공부한 것이 아깝기도 하고, 이왕 학원에 다녔으니 진짜 입학시험까지 도전하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대학교 막학기가 종강한 7월부터 더 열심히 준비했던 것 같아요.

<스터디>

4월-6월 : 주2회 통역 스터디

학원 수업 첫 날부터 마음 잘 맞는 언니들을 만나서 즐겁게 스터디를 시작했습니다. 시작반 주3일 수업 중 학교 강의와 겹쳐 줌으로 수강한 하루를 제외하고 주 2회 수업 전에 스터디를 하고 학원에 갔습니다. 불한통역 스터디를 주로 했고, 이 때까지만 해도 아직 단어가 많이 부족해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거기에만 꽂혀 다른 부분을 다 날려먹는 실수가 매우 잦았습니다.(지금도 모르는 단어가 많은 것은 여전하지만, 당시에 비해 지금은 그래도 모르는 단어에 당황하기 보다는 거기에 굴하지 않는 뻔뻔함이 늘었습니다.)
?
7월 : 주2회 통역 스터디, 주1회 1차 에세이 스터디

실전반 수강 때도 마찬가지로 수업 전 통역 스터디를 했고, 한불통역을 점차 늘려 불한과 한불을 5:5 정도로 진행했습니다. 당시 불한통역의 경우, 메모리 한계 이슈로 텍스트를 들을 때 이미지를 떠올리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확실히 그림을 그리니 기억이 더 잘 나는 듯했습니다. 만약 그림으로 텍스트 인식이 더 잘 된다 하는 분들은 이미지 연상이 불한 통역 연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한불통역은 저의 의지를 따라주지 않는 문장력에 참 답답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100이라면 불어로는 50도 말하지 못 했으니까요.

7월부터 1차시험 스터디를 시작했는데요, 최근 기출부터 풀어나갔습니다. 에세이는 스터디원들과 구글미트나 디스코드로 만나 같이 시간을 재며 작성했습니다. 청취도 서로 읽어주거나 주변 지인들에게 부탁해 녹음본을 듣고 시간에 맞춰 작성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저의 경우 특히 한불 에세이를 시간 안에 쓰는 것이 문제였는데요. 처음에는 한불에세이 하나를 쓰는 데만 1시간이 걸렸습니다. 이것 역시 제가 하고 싶은 말과 내가 쓸 수 있는 불어 표현의 간극이 크다보니 발생하는 일인데요, 연습하다보면, 나만의 자주 쓰는 표현을 정리하다보면 시간은 저절로 줄더라고요. 실제 시험에서는 시간이 남아서 찬찬히 문법오류도 수정했으니, 이 글을 읽으시는 미래의 통대생 분들도 에세이 작성 시간이 고민이시라면 여기에 대해서는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미숙쌤도 항상 말씀해주시는데요, 걱정마세요. 시험 때는 다 시간 안에 쓰고 나옵니다:)

8월-1차 시험 전 : 주3회 통역 스터디(+청취요약스터디 1회), 주1회 1차 에세이 스터디

월수금 실전반 수업 전 통역 스터디를 했고, 그 중 하루는 청취요약 기출을 함께 작성했습니다. 실제 시험 시간에 맞춰 매주 토요일 오전에 1차 에세이 스터디를 했고, 방법은 7월과 동일합니다. 앞서 불한통역을 들을 때 이미지를 떠올리며 듣는 연습을 했다고 언급했는데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는 '불한' 한정입니다. 한불통역도 기억이 나지 않는 신비로운 현상을 해결해보고자 한불 통역에도 이미지화를 적용해봤는데요, 한국인이 한국어를 이미지화 하는 것은 오히려 일을 두 번하게 되는 것이니 저는 더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한불은 그냥 듣는 것이 더 나았습니다.
? 1차 시험 후-2차
시험 전 (2주) : 일3회 통역스터디

미숙쌤께서 1차 시험 후 2주가 통역이 가장 많이 느는 기간이라고 하루에 여섯 시간씩 스터디하라고 하셨고, 그대로 했습니다. 불한&한불 텍스트 하나씩 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빠르게 피드백을 주고 받아 시간이 남거나 저와 열정 텐션이 맞는 언니들과는 몇 개씩 더 했습니다. 추석 연휴 일주일과 1차 시험 후 2주는 대면 스터디보다 비대면 스터디가 더 많았는데요, 이 때문에 하루에 여러개 스터디를 하는 데 무리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매일 하루에 카페 세 군데를 가다보면 지갑에는 무리가 옵니다. 하지만 합격만 한다면 그게 뭐가 문제리 하며 다녔어요)

<개인 공부>

청취)

듣는 귀를 트이게 하려면 많이 들어야 하잖아요. 저는 아침에는 헬스장에서 기구 운동할 때는 팟캐스트, 유산소할 때는 유튜브를 활용했습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씻으면서 팟캐스트를 들었습니다. 토론, 뉴스 등 가리지 않고 들으면서 최대한 다양한 주제를 접해보려고 했습니다. hugo decrypte, 8 milliards de voisins(rfi), debat du jour(rfi), le journal de 19h(france inter), journal en francais facile(rfi), maintenant, vous savez(bababam), arte를 주로 들었습니다. 모든 내용을 이해하려고 하기 보다는, 그저 듣는 것에 의의를 두고 그냥 계속 들었습니다.

작문)

미숙쌤께서 보내주신 시사독해 자료를 활용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국어 텍스트를 보고 불어로 작문한 뒤, 불어 텍스트와 비교해보는 방법으로 자료를 봤고, 스터디 자료로 봐도 되겠다 하는 것은 스터디에서 같이 통역 자료로 썼습니다. 1차 시험이 임박하면서부터는 시간을 아끼고자 한국어와 불어 텍스트를 동시에 보며 활용하고 싶은 표현을 정리했습니다.

단어 및 표현)

문장구역 텍스트, kbs world french, 시사독해 자료, 스터디 자료, 1:1 수업 텍스트, 주제어 시험, hugo decrypte 뉴스레터 등에서 모르는 단어나 좋은 표현을 정리해 주제별로 엑셀에 정리하고 1차시험 전, 2차시험 전에 읽어보았습니다.

<섀도잉>

섀도잉은 무언가를 내 것으로 만들기에 매우 좋은 방법 같습니다. 원래도 영어 불어 섀도잉을 하듯 한국 뉴스 대본을 섀도잉 하는 것이 취미 아닌 취미인데요, 이 때문에 대학 입학 전까지 평생 부산에 살던 사람인 줄 모르는 사람도 많고, 타인의 말투나 언어 습관을 잘 캐치하는 편입니다. 통역을 하면 할수록 한국어 실력의 부족함 역시 느껴지게 되는데, 한국어 뉴스를 많이 듣고 읽으면서 한국어의 유연함도 기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불어도 kbs world french l'actu en video의 스크립트를 많이 읽고 들었고, journal en francais facile(rfi)도 스크립트를 보면서 따라 읽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부족하지만, 발음과 발화 속도를 키우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슬럼프와 통역팁>

저는 9월 말에 슬럼프를 겪었습니다. 안 들리고, 기억 안 나고, 입 밖으로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그동안 수많은 시험들을 치러왔음에도 딱히 긴장도, 걱정도 해본 적 없었는데 시험이라는 압박감이 이렇게 큰 줄 처음 알았어요. 미숙쌤께는 말씀 안 드렸는데, 수업시간에 제 통역을 듣고 미숙쌤이 소리 치시는 악몽(?)을 꾸고 자다가 펑펑 울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해요 ㅋㅋㅋㅋㅋ

슬럼프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이미지화'하는 것에 너무 메달렸던 것이 그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모르는 단어는 그림을 떠올리는 것조차 불가능하니 그런 상황이 오면 항상 텍스트의 다른 부분도 놓쳐버렸습니다. 그래서 9월 말부터는 과감히 이미지화를 버렸습니다. 그냥 말그대로 '그냥' 들었어요. 한불텍스트와 마찬가지로 불한도 그저 내용 이해에 집중하며 들었습니다. 입시 초반보다 알고 있는 단어 스펙트럼도 넓어지니 오히려 그냥 듣고 이해한 내용을 정리해 말하는 편이 내용 잡기에 더 편했습니다. 내용은 이렇게 잡고, 첫문장과 마지막 문장만 이미지나 텍스트로 기억하면 메모리가 필요한 부분도 줄고, 저에게는 더 효율적인 방법이었습니다. 추석 연휴 동안 스터디 때 그냥 듣고 통역하는 연습을 하며 점차 슬럼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덧붙여 이미지를 연상하다보면 빈공간에 이미지를 그리다보니 허공을 쳐다보게 되어서 연사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는데, 이 점을 많이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한불통역은 '잘' 듣기만 해도 만족이었습니다. '듣는 단어/표현을 어떻게 불어로 말해야 하나'를 들으면서 하는 것은 불가능입니다. 둘 중 하나는 무조건 까먹고, 한국어를 들었음에도 기억이 안 나는 0개국어 능통자가 될 수 있습니다. '잘 듣기만 하자'가 한불통역의 목표인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이는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통역 모의고사 때도, 2차 시험 때도 들으면서 딴 생각을 했으니...

에세이도 시간 안에 완성하지 못 하는 것과 내용 요약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데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시간은 앞서 말했듯 자연스레 줄어듭니다. 하지만 내용 요약에서 어려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어디를 얼마나 요약해야 하는지 텍스트를 끝까지 읽어보고 요약의 방향성을 잡는 것이 에세이 작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은쌤이 내주시는 한불에세이 과제를 피같은 빨간 글씨로 쓰인 피드백을 보며 다시 써서 제출하기도 하고, 스터디 초기 1시간에 썼던 기출 에세이를 30분 안에 다시 써보면서 에세이 연습을 했습니다.

<시험 후기>

1차)

저는 수원에 살아서 시험장 9시 30분 입실을 위해 일찍 출발했습니다. 4시에 일어나서 5시에 출발해 6시 30분에 외대 앞 카페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그냥 일찍 가는 것이 제 마음이 편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이동 중에는 수업시간에 한 주제어 시험지를 봤고, 카페에서는 2시간 정도 제가 정리한 주제어를 복습했습니다. 1차 시험은 AI를 대주제로 하여 수업시간에 다룬 여러 주제를 전반적으로 다 담고있는 포괄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지식의 폭을 시험하는 듯했습니다. 공부하다 보면 이것도 시험에 나올 것 같고, 저것도 시험에 나올 것 같고, 죄다 시험에 나올 것 같아! 이랬는데 진짜 죄다 나왔습니다.

2차)

제가 오전반 제일 뒷순서여서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대기장에서 약 세시간 정도 대기하고 시험을 치른 것 같습니다.1차 시험과 같은 루틴으로 카페에서 공부하다가 갔고, 대기장에서는 수업시간에 했던 한불텍스트를 빠르게 읽어보고, 언니들이랑 같이 단어나 표현을 툭툭 뱉어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1차 시험에서 환경 문제가 나오지 않아 무조건 환경이 하나 쯤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오전 오후 모두 환경과 관련된 텍스트였습니다. 결론은 최근 1년 가장 이슈되는 주제를 중심으로 공부하되, 다방면의 주제어를 잘 숙지하고 있는 것이 관건입니다.

<마치며>

가장 알려드리고 싶은 팁은, 멘탈관리입니다. 이번 시험을 준비하며 제가 얼마나 유리멘탈인지 알게 되었는데요, 시험에 앞서 정신개조가 필요합니다. 스스로를 강철멘탈이라고 가스라이팅해야 합니다. 나는 잘 해. 내가 모르는 주제는 없어. 긴장할 필요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보여주면 되는 거야. 등 자신감을 올려주는 문구를 계속 되내면서 시험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지금까지 함께 공부해 준, 앞으로도 같이 공부할 너무나 좋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얻은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에게 감사를 표하며, 글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