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번역대학원 입시

2024학년도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 합격 수기 - 민*성

작성자 민*성

작성일 2023.12.26

조회수 852

안녕하세요, 2024학년도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한불과에 합격한 민*성이라고 합니다. 이 문장을 쓰는 날이 올까 이따금 생각하곤 했는데, 실제로 적게 되어 놀랍고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대학원을 준비하게 되었는지, 시험은 어떻게 준비했는지, 시험 당일은 어땠는지 제 경험을 공유해 보겠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1) 저는 한영불과를 준비해 두 과 시험을 모두 보았으나, 1차에 불어만을 합격해 시험을 보았습니다. 2) 저의 공부 습관을 생각해 보면 합격에 운이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께서 좋은 공부법을 상세하게 공유해 주신 터라, 이런 사람도 있다는 정도로 가볍게 봐주셔도 좋겠습니다. 내용을 간결하게 쓰려고 해도 자꾸 말이 길어져 조금 장황한 글이 되었습니다. 도움이 되는 내용이 하나라도 있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1. 준비 배경



프랑스 유학을 하신 부모님의 영향으로 프랑스에서 태어나 만 4세부터 한국에서 살았습니다. 불어에 호기심이 생겨 외고에서 불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불문학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한 이후 통번역에 대한 호기심인지 미련일지 모르는 것이 남아, 올해 초 통번역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2019년 C1을 턱걸이 취득한 이후 따로 불어를 사용하거나 공부하지는 않은 상태였습니다.


2. 준비 과정



2-1. 수강한 수업들



불어 : 헤럴드



2023.05-06 시작반
2023.06 고급 문법 마스터 (온라인)
2023.07 실전반
2023.08-10 외대 실전반


영어 : 강남 소재 영어 통번역학원 (이**어학원)



2023.03-07 기초통역반
2023.05-07 영어 요약 에세이 쓰기반
2023.08-10 실전통역반 / 외대 1차 모의고사반


모든 준비는 학원을 통해서 했습니다. 처음에는 한영과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었기에 3월부터 강남의 영어 통번역학원에 다녔습니다. 해당 학원에 다니며 통번역 훈련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한 문장을 듣고 기억하는 것도 쉽지 않아 당혹스러웠지만, 수업 시간의 훈련을 따라가다 보니 저도 모르는 새에 조금씩 기억하는 분량이 늘어갔습니다. 통역을 할 때 -ㅂ니다 체로 발화하는 것, 간접화법이 아니라 발표자 본인인 것처럼 발화하는 것 등 통역의 기본적 방식을 익히기도 했습니다.


헤럴드에서 수업을 듣기 시작한 것은 5월부터입니다. 왜인지 몰라도 불어 생각이 자꾸 났기 때문입니다. 5월에 시작반 온라인 수강을 하다가, 6월 시작반 청강을 계기로 처음 학원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이미숙 선생님께 불어를 오랫동안 쓰지 않아서 외대 3개 언어 과정을 준비해도 될지 확신이 없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시역 발표를 들어보시고 선생님이 한번 해보라고 답해주셨고, 이 순간이 큰 전환점이 된 것 같습니다. 6월부터 시작반 현장강의를 들었고, 7월 상담 끝에 한영불 지원을 최종적으로 결심해 10월 종강까지 수강을 이어갔습니다.


2-2. 공부 방법



공부 방법은 단순했습니다. 수업 집중해서 듣기, 그리고 스터디 하기였습니다. 따로 시간을 내어 복습하지 않았던 편이어서 수업 시간에 최대한 집중하며 필기하며 들으려 노력했습니다. 단어장을 정리하는 것은 이따금 시도는 했지만, 꾸준하게 진행하지는 못했습니다.


스터디는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함께 하자고 선뜻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이 있어 감사하게도 고정스터디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 수업 자료로 연습하기도, 직접 자료를 만들어 연습하기도 했습니다. 자료를 만드는 경우 불한과 한불의 텍스트 분량은 약 1분 30초 정도로 맞춰 준비했습니다. 스터디 자료를 만들고, 발표 후 피드백을 받는 과정에서 공부가 많이 되었습니다. 난이도 조절 실패와 분량 조절 실패 등 서투른 스터디 진행에도 세심하게 피드백 주시고 도와주셨던 스터디원분들께 무한한 감사의 마음뿐입니다. 추석 연휴 기간, 1차 시험과 2차 시험 사이 기간에는 전체 외대반 수강생분들과 하는 랜덤스터디에 참여했고, 하루에 적어도 한 번 이상 참여한다는 목표로 진행했습니다. 너무 적게 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남들과 비교하기보다 스스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하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하루에 몇 번씩 스터디를 하셨던 여러 실전반 여러분들 정말,, 존경합니다,,) 스터디 중 받는 피드백은 따로 기록해 살펴보고, 데이터 축적하듯 모았습니다. 이렇게 쌓인 피드백은 2차 시험 준비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1차 필기시험의 경우 마지막까지 분량을 채우는 것이 난관이었습니다만, 수업 시간을 충실히 따라가다 보면 시간 배분 및 답안 채우는 요령이 생깁니다. 줄 띄우기, 손 글씨 키우기, 자주 쓰이는 표현 익혀두기 등의 기술로 답안지를 어떻게든 채울 수 있습니다. 1차 시험 직전 시간제한에 맞춰 스터디원분들과 기출문제 스터디를 진행한 적도 있는데, 필요에 따라 이렇게 긴장감 있게 스터디를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2-3. 통역을 할 때 개인적으로 신경 썼던 것들



기억/메모리



통역 공부를 시작한 초반에 특히 고민이 많았던 부분입니다. 기억의 궁전과 같은 시각화 방법은 제가 너무 많은 집중력을 시각화 과정에 빼앗겨 잘 맞지 않았습니다. 이후 키워드를 중심으로 들으면 덜 놓치지 않을까 싶어 머릿속으로 키워드를 되뇌며 들었는데, 해당 단어만 앙상하게 남고 다른 내용을 모두 놓치는 불상사가 일어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만뒀습니다. 저에게 잘 맞았던 것은 흐름을 듣는 것이었습니다. 이전 합격 수기 중 처음과 끝을 잘 잡으라는 팁을 주신 분이 있어 이를 참고했습니다. 서론과 결론을 특히나 유심히 듣고, 그 사이의 본론은 전개 흐름을 파악해 가며 들으려 했습니다. 그리고 텍스트를 들을 때는 텍스트에만 집중하려 했습니다. 듣는 내용을 한국어 혹은 불어로 옮기고 있다 보면 흐름을 놓치기 매우 쉽습니다. 그러나 이러니저러니 해도 기억력은 수업을 따라가다 보면 신기하게도 서서히 늘어납니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며 연습하다 보면 어느샌가 수월해지시리라 생각합니다.


목소리와 발음



목소리를 크고 또렷하게 내도록 노력했습니다. 평소 목소리가 크지 않은 데다 특히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의 경우 말을 흐리는 경향이 있어, 문장의 마무리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는 특히 같이 공부했던 스터디원분이 명확하게 짚어주신 덕분에 고쳐나갈 수 있었던 부분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통역 내용이 좋아도 들리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만큼, 정말 당연하지만 중요한 부분입니다.


발표 속도



저는 발화 속도가 다소 느렸던 편입니다. 단어 사이에 공백이 길어지는 때도 많아, 시험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한불 및 불한 통역 모두 3분 이내가 되도록 발표 시간을 재어가며 속도감을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불어 발화를 할 때는 심하게는 단어 단위로 호흡이 툭 툭 끊어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연습을 해가면서 단어 단위가 아니라 구 단위로, 구에서 문장 반절 정도까지, 호흡이 끊어지는 단위를 길게 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불어 발화 속도를 올리기 위해 이미숙 선생님이 말씀해 주신 팁을 활용하기도 했는데, RFI의 Journal en francais facile 등 대본이 있는 자료를 소리 내 속도감 있게 읽는 것이었습니다. 고민하지 않고 툭 쉽게 내뱉을 수 있는 표현을 입에 붙여놓는 것이 속도감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스스로 중요하다고 느낀 것은 머릿속에 원문이 아닌 내가 이해한 내용이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원문을 단어 단위로 쪼개서 옮기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중심으로 정리하면 발화할 때 속도도 내용도 더 잘 나왔던 것 같습니다. 한불통역의 경우 특히 한국어 원문을 하나하나 기억해 옮기려고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안 그래도 느린 발화 속도가 더 느려졌습니다. 내가 이해한 대로 풀어낸다고 생각하니 도움이 되었습니다.


발표 태도



완벽한 통역을 추구하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부딪혀 보자는 태도 또한 퍼포먼스에 중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저는 한불통역이 넘어야 할 큰 산이었습니다. 발화 속도도 느리고, 단어 하나하나와 씨름하며 말하다 보면 내용을 잊어버리기 일쑤여서 스스로가 부끄럽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도중에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능력 부족의 문제도 있지만, 처음부터 자기 능력에 맞지 않는 과도한 기대로 스스로 사기를 꺾는 태도도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10월 중순에 들어서야 지금 쓸 수 있는 표현으로, 할 수 있는 만큼만이라도 표현하자고 마음을 먹었던 것 같습니다. 지레 포기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얼마 남지 않은 10월 수업을 듣고, 개별 통역 모의고사와 스터디에 임했습니다. 물론 발표의 질은 극적으로 달라지지 않았겠지만(결국 같은 사람이 하는 발표니까요), 적어도 중도에 지레 포기하는 일은 없어졌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자신에게 더 떳떳할 수 있었고, 피드백 또한 더 의욕적으로 수용하며 보다 긍정적인 태도로 다음 발표를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영어와 불어의 간극 주의



꼭 한영불을 준비하는 분이 아니더라도, 영어와 불어를 함께 공부했다면 information이 불가산인지 가산인지, developpement에 p가 몇 개인지, 효과가 effect인지 effet 인지 등이 헷갈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설마 저만 헷갈린 건 아니라고 해줘요..) 자주 틀리는 부분이 있다면 정리해 머리에 반복적으로 각인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더불어 저는 작문을 할 때 영어 표현에 불어를 대입해 어색한 문장을 만들 때가 있었는데, 비슷할수록 헷갈리기가 쉬워 불어에서 정말 쓰이는 표현이 맞는지 경계해야 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영어 구조에 휘둘리지 않는 풍부한 불어 어휘를 갖추는 것이겠습니다. 제가 했던 한가지 실수를 예로 들자면 '낮잠 자다'라는 의미의 'take a nap'을 그대로 불어로 가져와 'prendre une sieste'라고 무심코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불어는 'faire une sieste'라고 하니, 혹시 헷갈렸던 분이 있다면 같이 더 열심히 공부하도록 합시다.



(+ 이와는 별개로, 영어를 병행해 공부했던 경험은 좋았습니다. 그만큼 접하는 텍스트가 많아지고, 스터디도 많아지니까요. 발화 언어는 다르지만 발표도 더 자주하니 개인 복습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었음에도 연습 효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불어가 힘들 때는 영어로, 영어가 힘들 때는 불어로 마음을 달래는 신기한 경험도 할 수 있었습니다.)


시선 처리



이것은 개별 통역 모의고사 당시에 연습했던 부분입니다. 평소 텍스트 발화자가 아닌 벽이나 사물을 주로 보며 발표하곤 했는데, 1차 통역 모의고사 후 점차 눈 맞추는 것을 시도했습니다. 줌으로 진행한 스터디라 할지라도 화면 속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발화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연습 덕분인지 3차 모의고사에서는 조금 더 안정적으로 심사위원분들의 눈을 볼 수 있었고, 2차 시험 당일에도 더 자연스럽게 교수님들과 눈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3. 시험 후기



1차 시험 후기



한영불로 지원했기 때문에 오전에는 9시 40분까지 입실하여 불어 1차 시험을 10시부터 12시 40분까지 보고, 오후에는 13시 40분까지 입실해 영어 1차 시험을 2시부터 3시 30분까지 보았습니다. 학원에서 모의고사를 보며 어느 정도 요령을 터득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실전에서는 모의고사 때만큼 글이 속도감있게 써지지 않았습니다. 없는 내용이나 비문을 만들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분량을 채운다는 일념으로 그저 부지런히 썼습니다. 평소 모의고사에서 쓰던 분량의 약 70~80% 정도를 썼던 것 같습니다.



점심은 함께 한영불 시험을 본 세인님이 따뜻한 죽을 포장해 와 주셔서 덕분에 편안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한영불 시험을 보신다면, 오전과 오후 시험 사이의 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니, 점심을 어떻게 해결할지 미리 생각해 두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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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시험 후기



요약 버전 :



저는 한영불/한불영 지원자 중 가장 마지막으로 원서 접수를 마쳤고, 한불과만 1차 합격을 했기 때문에 가장 마지막 순서로 2차 시험을 보았습니다. 오후 13시 30분까지 대기실 입실이었고, 약 15시 30분에 호명되어 실제 시험장 입실은 15시 40분 정도에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진행은 불어로 된 텍스트 일부 소리 내 읽기 - 개인 질문 - 불한 통역 - 한불 통역 순이었습니다. 긴장되었지만 깊은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켰고, 생각보다 따뜻한 분위기에 교수님들의 눈을 보며 할 수 있는 만큼 차분하게 발표를 이어갔습니다.


현장 분위기와 자잘한 정보를 담은 상세한 버전 :



(시험 전) 오후에 입실하는 실전반 분들이 외대 앞 카페에서 입을 풀고 계셔서 11시 50분 정도에 합류했고, 13시쯤에 카페에서 나와 시험 대기 장소인 애경홀로 다 같이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13시 20분쯤 너무 감사하게도 셀리아님이 모두에게 응원의 말씀을 해주시면서 오전에 시험을 보고 나온 팁을 주셨습니다. 현장에서 텍스트를 읽게 한다는 것이었는데, 몰랐으면 정말 당황할 뻔했습니다. 너무 감사했습니다. 대기 중에는 주제어 시험 자료와 자주 보며 발화를 연습해 본 한불자료들을 봤습니다. 더불어 스터디 때 받았던 피드백과 발표 중 자주했던 실수를 오답 노트처럼 살펴보며 계속 입을 풀었습니다.



(2차 시험 현장) 호명 후 1층으로 내려가 시험장 위치(복도 맨 끝방)를 안내받고 시험장 앞 의자에 앉아 잠시 대기를 했습니다. 조교님이 입실 안내를 해주신 후 문에 노크를 크게 하고 (왜 그리 크게 했는지는 모릅니다... 스스로도 소리에 놀랐습니다) 인사를 하며 들어갔습니다. 인사 이후 모든 대화는 프랑스어로 이루어졌습니다. 세 분의 교수님이 앉아계셨고, 제 쪽 책상에 잡지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텍스트 낭독) 착석 후 잡지에 형광펜으로 박스 표시된 부분을 읽어달라는 말을 듣고, 연음이나 각 단어의 발음에 신경을 쓰며 텍스트를 읽었습니다. 카페인과 커피에 대한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도중에 굉장히 길고 낯선 단어가 있어 중간에 pause가 있었고 결국 버벅대다 해당 단어를 다시 읽었습니다.



(개인 질문) 'CV를 보니 어린 시절 프랑스에서 태어났다고 하는데, 이것이 concretement(이 부분이 고민이 되었던 부분이라 단어가 기억납니다) 어떻게 당신의 프랑스어 학습에 영향을 끼쳤는가?'였습니다. 저는 기억은 별로 없지만 유년 시절의 경험이 프랑스어에 대한 호감을 느끼게 했고, 실질적으로는 이것이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불어를 공부하게 했다- 정도로 답을 했습니다. 마지막 순서여서 그런지 질문은 하나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일상적인 답변이었는데, 자잘하고 기본적인 문법 실수가 나와 말하면서도 내상이 컸습니다. 평소 혼잣말이라도 회화 연습도 해둘걸, 싶었던 부분입니다.



(불한 통역) 불어 텍스트를 읽어줄 테니, 이를 한국어로 통역하거나 요약해 보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긴장한 나머지 잘 못 알아듣고 질문을 되물었습니다. 다행히 다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고, 그렇게 불한 통역부터 먼저 시작했습니다. 프랑스에서 영화나 드라마에 더빙하는 이유에 대한 내용이었고, 구어체로 경험담을 소개하듯 시작되어 집중이 잘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지문은 약 80~90% 커버했던 것 같고, 도중에 빠뜨린 문장이 떠올라 통역 마지막에 자연스럽게 덧붙여 말했습니다.



(한불 통역) 한불 통역은 기후 플레이션이 주제였고, 고깃집에서 상추가 사라지고 있다는 내용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어서 제트기류, 장마전선 북상 등의 내용이 있었던 것 같은데 머릿속에서 디테일을 빠르게 포기하고 '기후변화'로 키워드를 크게 잡았던 것 같습니다. 이후 해외에서 기후 플레이션에 대비해 GMO 관련 규제 완화를 검토한다는 내용이 있었으나, 발표 중 완전히 까먹고 '기후 변화에 대응책을 마련 중' 정도로 넓게 잡았습니다. 결론부는 한국에서의 규제였던 듯한데, 기억이 나지 않아 한국도 더 구체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 정도로 마무리했습니다. 앞서 개인질문에서 이미 문법이 나간터라 최선을 다해 문법을 잡으면서도 속도가 너무 느려지지 않도록 문장을 이어가려고 했습니다. 상추라는 단어도 생각나지 않아 '야채'로 넓게 가는 등, 디테일이 많이 빠져 전체 지문의 50~60% 정도를 잡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고루고루 세 분의 눈을 맞춰가며 또박또박 발표하는 정신력(?)을 가상히 봐주신 것인지, 마무리 후 세 분이 수고했다는 듯 살짝 웃어주셨습니다.



(시험 후) 전반적으로 생각보다 분위기가 딱딱하지 않아 긍정적으로 놀랐습니다. 시험장을 나왔을 때는 물론 아쉬운 부분도 많았지만 제가 가진 것을 다 털었다는 느낌이 들어 여기서 떨어지든 붙든 후회는 없겠다 싶었습니다. 결과는 몰라도 일단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에 후련했습니다.


+) 예고한 수기 내용은 여기서 끝이지만, 제 맘대로 사족을 덧붙여 보겠습니다.


번외 1. 자잘한 팁



세상 돌아가는 소식 알아두기



배경지식이 통역에 영향이 크다는 것을 깨닫고, 뉴스레터를 세 개 구독했습니다. 수업 시간이나 스터디를 할 때 자연스럽게 여러 주제에 노출되기는 하지만, 저는 정말 시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기에 이동시간 등 애매하게 뜬 시간에 틈틈이 뉴스레터를 읽으며 최신 뉴스에 익숙해지려 했습니다. 한/불/영 언어별로 하나씩 뉴닉, Voxe, Morning Brew를 구독했고, 그리고 여성 문제에 관심이 많아 허스펙티브도 추가로 구독해서 보았습니다. 취향에 맞는 뉴스레터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신을 응원하는 방법 찾기



1차 시험 전이나 개별 통역 모의고사를 앞두고 있을 때, 그리고 2차 시험을 보기 직전에 저는 Orelsan의 Jour Meilleur의 가사 일부를 되뇌곤 했습니다. Quand t'as le desert a traverser, il n'y a rien a faire sauf d'avancer라는 가사가 좋아서 이 문장을 중얼거렸습니다. 그냥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라고 되뇌면서 심호흡하다 보면 불어로 입도 풀고,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하고, 내면의 힘을 끌어오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자신의 응원법을 찾아보세요.


시험 전 긴장 푸는 방법 (feat. 정신 승리)



긴장이 된다고 느낄 때마다 저는 심호흡을 했습니다. 심장 박동이 천천히 느려지는 것이 느껴지면, 마음도 같이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2차 시험 들어가기 전에는 특히 심호흡을 많이 했습니다. 느려졌던 심장이 어느샌가 다시 빨리 뛰면 또 다시 심호흡했습니다. 어깨와 허리를 펴고 앉아 자신감을 끌어올리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교수님/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떨어뜨리려고 면접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학생을 맞이하려 마중을 나오시는 거라는 생각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니까요. 실수해서는 안 된다라는 생각 보다는 내가 잘하는 걸 보여드리자- 와 같은 생각을 했을 때 더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자연스러운 발화가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듭니다



매일 스트레칭을 하려 노력했습니다. 아주 작은 루틴이지만 스스로를 챙긴다는 사실에 기분도 좋고, 몸도 조금 가벼워집니다. 잘 먹는 것도 중요합니다. 비슷하게 공부하는 것 같은데, 통역이 이상하게 안 나온다 싶어 돌이켜보니 밥을 신통치 않게 챙겨 먹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통역이 안 나오는 것을 밥 탓을 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어찌 되었든 무조건 잘 먹어야 합니다, 여러분.


번외 2. 여러분 감사합니다



헤럴드를 통해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헤럴드에서 만난 수강생 여러분들 한 분 한 분이 가장 충격이었습니다. 서로를 배려하는 따뜻하고 지적인 사람들이 실재한다니.. (충격 실화!) 놀라고 감사할 뿐입니다. 랜덤스터디 시간표를 기꺼이 시간을 들여 엑셀로 정리해 주셨던 ㅊㄹ 님, ㅈㅇ 님. 한마디 한마디에 귀 기울이며 세심히 피드백을 주셨던 랜덤스터디원 여러분들, ㅎㅅ 님, ㅎㄹ 님, ㅈㅇ 님, ㅎㅇ 님, ㅇㅈ 님, ㅁㅈ 님. 시험 마지막 순서까지 기다려주고 함께 밝게 기념사진까지 찍어주신 다정한 2차 시험 오후반 분들.(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스터디 기회는 없었지만, 함께 수업을 들으며 많이 배울 수 있었던 A반과 B반 여러분들. 그리고 어떠한 발표에도 강점을 기꺼이 살펴보아 주고, 항상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귀감이 되어주셨던 고정스터디원분들. 때로는 정확하고 날카로운 피드백으로, 때로는 따뜻한 격려로 한 발짝 더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신 ㅈㅅ 님, ㅈㅁ 님, ㅅㅇ 님, ㅎㅈ 님, ㅊㄹ 님. 감사합니다.


치맥데이 때 격려와 충고를 아끼지 않았던 1학년 선배님들, 외대 특강 당시 동시통역으로 엄청난 충격과 자극을 주셨던 2학년 선배님들께도 감사합니다. 8~9월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같던 때에, 다시 움직일 힘을 얻었습니다.



7월 단 한 달을 뵈었지만, 이슬아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학생들을 정확하게 지켜봐 주시는 큰 눈에 처음에는 영혼까지 꿰뚫리는 것 같아 조금 무서웠는데, 세심하게 문장 하나하나를 들어주시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밝은 에너지를 주셨던 이미숙 선생님. 불어는 무조건 붙는다며 다독여 주셔서 황송할 때가 많았습니다. 결국 마지막까지 정말 많은 힘을 받았습니다. 감사해요.


드디어 마무리.



저는 걱정이 많은 편입니다. 너무나도 치열하게 공부한 사람들을 보았기에, 제가 붙은 게 맞는 일인지(?) 혼자 고뇌하기도 했습니다. 수기를 붙잡고 며칠을 썼다 지웠다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을 쓰며 운 좋게 합격했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메꿔야 할 구멍이 너무 많구나 싶어 덜컥 무섭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거꾸로 말하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명확하다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 보려 합니다. 함께 합격한 분들, 그리고 올해에 아쉽게 결과가 갈린 분들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모두 건강하게 오래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