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에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한불 통역과에 합격한 배*은입니다.
배경
저는 부모님을 따라서 10살부터 7년 동안 프랑스어권 아프리카 나라인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이란 나라에서 살다 내전으로 인해 한국에 다시 돌아온 배경이 있습니다. 그 나라에 살면서 프랑스어를 배웠는데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통역을 했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15살쯤 카메룬 대사님 통역을 한번 했었는데 한불은 언제나 익숙하게 했는데 불한통역을 하는데 불어로 나는 이해했는데 한국어로 어떻게 말해야 할지,,, 순간 당황하며 충격을 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통역은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 와서 어찌저찌 불문과 대학에 가게 되었고 결국 졸업 후 백수로 한 달을 아무 생각 없이 지내다가 어느 날 산책하면서 생뚱맞게 통번역 대학원이 가고 싶어져 다음날 무작정 헤럴드 학원에 가서 수업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빠른 실천 옳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한 통역, 불한통역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고 통역을 했을 때는 나름 재미를 느끼면서 문장 구역 공부할 때는 그렇게 힘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프랑스어로는 이해가 되는데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발화가 안돼서 답답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어가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시작반에 있었을 때 신문 (사설 위주로)을 소리 내면서 읽고 제 목소리 톤이 흔들리지 않도록 연습했습니다. 특히 문장 끝맺음이 깔끔하고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힘들지만..
또한 불어 단어들 중 의미는 대충 이해하는데 한국어로 정확히 모르는 부분이 많아서 그냥 불어 텍스트 주제와 비슷한 한국어 텍스트를 찾아서 읽는 것이 도움이 됬습니다. 예를 들면 Grande Barriere de Corail 같은 경우 대산호초지대 관한 한글 텍스트를 읽는 게 단어 하나씩 찾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됐습니다.
불한, 한한, 한불 전부 통역할 때 꼭 마지막 맥락과 문장을 까먹어서 이 부분도 신경을 한 번 더 썼습니다. 마지막 맥락과 문장을 듣고 분명 이해했지만 제가 말하면서 까먹기 때문에 발화 하기전 속으로 새기고 시작했습니다.
한불통역
프랑스어는 예전부터 해오던 공부 방식이 있었는데, 단어를 외울 때 같은 어미를 둔 동사, 형용사,부사, 명사 등을 함께 외우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면 populaire(adj), population(n.f), populariser(v), popularite(n.f), populisme(n.m) 같은 단어들을 의미와 함께 문장까지 만들어보면서 발화를 해보는 것이었습니다. 통역을 할 때 첫 마디를 뱉어버리면 다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어려운 단어를 선택하기보다는 제 입에 잘 붙는 접속사와 위에 같은 방법으로 외운 단어들을 상황에 맡게 말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저는 새로운 단어들과 어휘들을 배워도 입에 안 붙으면 자연스럽게 발화가 안돼서 최대한 쉽게 나올 수 있도록 간단한 문장들을 매일 만들어서 연습을 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점차 제가 많이 쓰는 단어들과 표현방식이 생기는데 다양성을 주기 위해서 조금씩 그 범위를 넓혀갔습니다. 같은 뜻이라도 다른 단어들을 사용해서 말하는 것이죠.
초반에는 불어 문장이 꼬이면 대충 마무리 짓고 다른 문장으로 커버를 했습니다. 예전부터 뜻만 전달하면 된다는 생각에 매번 쫓기듯이 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의미의 표현들을 연속적으로 사용한다는 지적을 받고 고치기 위해서 생각나는 어휘 중 하나만 사용하도록 노력했습니다. 프랑스어 회하가 가능한 친동생을 앞에 두고 계속 확인해달라고 했고 덕분에 제 나쁜 습관은 나름 고 칠수 있었습니다.
시험 후기
한불- 저는 1번으로 시험을 봤는데 같이 몇 개월 동안 공부한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 그런지 떨리기보다는 조금 신이 났습니다. 밝은 얼굴을 하고 교수님들 앞에서 통역을 했는데 가치관이란 단어와 가성비라는 단어가 갑자기 기억이 안 나서 당황했습니다. 분명 전날에 스터디원과 함께 본 단어였는데 … 그러다가 문장을 놓칠 것 같아서 듣는 것에만 집중을 했습니다. 그리고 기억이 안난 단어들을 다른 어휘로 대체했습니다. (단어를 길게 설명한 것이죠..) 그래도 차분하게 말하기 위해서 중간에 한 템포 쉬면서 생각 정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디테일은 많이 빠졌지만 줄기는 얘기하고 나왔습니다.
불한- 불한은 아침부터 걱정이 앞섰는데 불어가 안 들리면 아무 말도 못 하고 나올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녹음기에서 나오는 불어가 어렵지는 않는데 줄기를 잡기 힘들었습니다. 중간 문단은 아예 이해조차 못 했다고 할까요… 그리고 녹음이 끝난 줄 알아서 말을 하기 시작했는데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이때 당황+머리속이 뒤죽박죽되면서 정리가 안됐습니다.
(여러분들은 꼭 끝까지 기다리다가 교수님이 ‘시작하세요’ 하시면 말하길 바랍니다. )
그래도 이해한 첫 문단과 마지막 문단을 최대한 길게 늘어트리면서 전혀 당황하지 않은 척 포커페이스 유지하면서 통역을 마쳤습니다.
마치며
7개월 동안 외고생들 과외를 하면서 학원을 다니는 게 조금 힘들긴 했지만 학원이라는 울타리가 있었고 그 속에서 스터디원들을 만나고 같이 공부하면서 소속감을 느꼈습니다. 그게 가장 큰 지지대였고 멘탈이 한 번씩 흔들릴 때마다 저를 잡아준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슬럼프가 오면 남과 비교하지 말고 스스로 최선을 다했으면 만족하자라는 생각으로 스트레스를 줄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매번 칭찬과 크리틱으로 트레이닝을 해주신 미숙쌤과 슬아쌤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 스터디원 누리 언니, 지애 언니 진짜 나랑 스터디 해줘서 너무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