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번역대학원 입시

2023학년도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 합격수기

작성자 김*아

작성일 2022.11.23

조회수 806

안녕하세요. 한국외대 한불과 합격한 김*아입니다. 저는 재수해서 붙었는데요,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배경 : 불문과 출신, 리옹 1년 해외연수, 2019년 초 Dalf C1 취득 후 귀국)



2020년 5월~10월 헤럴드 (시험 떨어짐) - 마지막 학기와 병행하느라 공부는 많이 못했어요. 학원 진도 겨우 따라갔습니다. 막판에 우울증으로 고생하기도 했구요. 딱 셤 끝나고 번아웃이 와 아래와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쉬기로 했어요.



2021년 졸업후 - 프랑스어는 꼴도 보기 싫어 손도 안댔습니다. 갑자기 뮤지컬에 빠져서 뮤지컬 계속 보러다니다가 스태프로 2주로 일했는데 ‘이건 아니다’ 싶어 그만두고 이런 저런 일 했는데 결국 프랑스어에 미련이 남더라구요. 통번역에 꿈이 있다기보단, 프랑스어를 끝까지 공부해보고 싶어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2022년 4월~10월 헤럴드 - 재작년을 반복하기 싫어 각잡고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중점을 두던 포인트를 바꾸었어요. 공부 그 자체보다 ‘지치게 않고 공부할 수 있도록’ 제 자신을 길들이는 데 집중했어요.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것, 욕심내지 않고 매일 어제보다 1% 나아진다 생각하기, 즐거움 찾으며 공부하기,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잠식되지 않기 등)



1. 공부보다 중요한 것



저는 재작년에 슬럼프를 심하게 겪어, 슬럼프 겪지 않는 팁을 공유해보겠습니다.



- 첫째, 루틴 만들기 : 공부량을 늘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저는 올빼미형이라 4시쯤 자서 11시쯤 일어나 운동하고-밥먹고-라디오 청취하고-수업 복습하며 단어 정리하고(시험 때 가져가서 볼 주제단어장 만듦)-(통역과 상관없는, 하고싶은) 불어 공부하고-자기 전 불한텍스트 몇줄 외우고 자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너무 게을러서 매일 이렇게 착실히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이건 루틴이다’ 생각하고 하면 덜 힘들더라구요.



- 둘째, 공부말고 다른 활동하기 : 이게 저는 가장 도움된다고 생각해요. 고시생처럼 프랑스어공부만 하면 무조건 지칩니다. 다른 고시와 달리 우리가 하는 공부는 ‘범위가 없기 때문에’ 내가 얼만큼 공부했는지, 얼마나 더 해야하는지, 잘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힘듭니다. 이 프랑스어라는 우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 저는 알바를 하든, 과외를 하든, 동아리활동을 하든 다른 활동적인 일을 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러면서 학원비도 벌고, 프랑스어를 못한다고 내가 가치없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걸 계속 리마인드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는 초반에 투썸 주말 알바하고, 중후반엔 진로강사, 조정심판일을 간간히 하며 공부했어요. 그리고 남는 시간에 정신 바짝 차려서 공부해야한다는 생각에 효율도 더 높아지더라구요. (다른 심판님들이 요새 뭐하냐고 물어보면 통대 준비한다고 했는데, 떨어지면 쪽팔릴 것 같아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되는 효과까지..)



- 셋째, 멘탈관리 : 저는 스스로 멘탈이 강한 줄 알았어요 ㅎㅎ....아니더라구요. 어김없이 우울이 찾아오면 그날은 그냥 날린 거라고 봐야했습니다. 그래서 ‘건강한 마인드’로 공부하려고 했습니다. ‘마인들링‘이라는 어플과 ‘Motivation'이라는 동기부여 어플이 도움이 되었어요. 특히 게으른 완벽주의로 고생하는 분들은 마인들링 한번 해보시길....



2. 공부법



인풋+아웃풋 반반이 핵심입니다.



<인풋>



시사 듣기 : Hugodecrypte / Journal en francais facile (이해하기만 하면 ok)



일상 듣기 : Easy french / Francais authentique / Food story (실제 써먹을 수 있는 표현은 여기서)



프렌치마스터 : 쉬는 1년동안 프랑스어에 커다란 trou가 생겨 알지도, 모르지도 않은 애매한 상태가 되어버려 복습차원에서 미숙쌤 주제어 강의/에릭 쌤 일상회화 표현/슬아쌤 작문 중급 ~ 요렇게 들었습니다. 뒤처진 진도 따라 잡는데 도움이 되었어요. 아니 그리고 심지어 슬아쌤 작문반 강의에 나온 ‘한글의 날’이 2차 시험 한불통역으로 나와서 깜짝 놀랐어요. 물론 들은 지 꽤 돼서 표현 같은게 기억이 난 건 아니었지만 그 짧은 찰나에 ‘아 복습 제대로 할 걸’이라는 아쉬움이 스쳐지나간.... 딱 첫문장이 저거였어요 ‘올해 한글의 날 몇번째 해을 맞아 ~~~’



<아웃풋>



원어민과 대화 : 어메이징 토커로 쌤이랑 대화(아래 사진 멜라니 강추합니다), 헬로우 톡으로 언어교환(파트너 찾는게 힘듦), 전화 프랑스어(업체는 비싸서 그냥 워홀 온 벨기에인이랑 시간당 만오천 주고 잡담함)



스터디 : 저는 너무 게을러서 강제적인 (?) 게 없으면 공부를 안하게 되더라구요. 8월인가부터 고정 스터디(복습 스터디 포함)를 3개 잡았습니다. 9월엔 주6개, 2차셤 2주전부턴 하루에 5개씩 했어요(죽는 줄). ‘실전에서 나오는 통역은 연습 때 나오는 통역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못한 통역이 나온다’ 생각하고 스터디를 최대한 많이 해서 어떤 텍스트가 나와도 통역할 수 있는 연습을 했어요.



첨삭 : 첨삭해줄 프랑스인 친구나 애인??이 있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저처럼 외로운 아싸를 위한 앱을 알려드립니다. 바로 Hinative ! 외국어계의 지식in 모십니다. 한줄이든 에세이든 질문 올리면 착한 프랑스인들이 고쳐줍니다.



+ 보너스 : Francais facile 사이트 www.francaisfacile.com 이게 사이트가 되게 조잡하긴한데... 자신이 잘 모르는 주제나, 특정 문법 약한 거 가끔 공부하기 좋아요. 특히 문제풀기가 있는데 풀다보면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미천한가...다시금 깨닫게 해줍니다. 아래는 ‘농업’ 주제인데 죄다 틀린게 웃겨서 캡쳐해놨네요.



3. 시험 대비법



1차) 청취는 실력의 문제인데 에세이는 테크닉이 좀 필요합니다. 내용이 중요한가 (x) -> 양을 채우는 것과 문법 틀리지 않기가 제일 중요합니다. 약간의 팁을 드리자면... 에세이 쓸 때 서문에 쓸 고정문장 몇개 만들어놓으세요. ex) Aujourd'hui, ce probleme est au centre de la preoccupation. 그리고 글자를 좀 크게 쓰고 자간을 넓게 쓰시면 적은 내용으로 분량을 채울 수 있습니다. 저는 정직하게 이쁜 글씨체로 빼곡해 채워넣으신 분들 보면 너무 대단했어요...리스펙...



문법은 무조건 미숙쌤께 첨삭받은 것 중 틀린 거 다 정리해서 절대 안 틀리도록 해야합니다. 그리고 에세이에서 맞나 틀리니 애매한 표현은 무조건 포기하고 이미 아는 확실한 표현이나 단어를 쓰세요. (특히 단어 성수 헷갈릴 때)



2차) 다음을 기억하세요 - 통역이 아닌 ‘요약’시험이다 - 통역이 비슷하게 나왔다면, 불어표현이 좋은 사람보다 ‘태도’가 나은 사람을 뽑는다 (여기서 태도라 함은, 눈 마주치고 또박또박 크게 말하는 것. 허리 꼿꼿이 펴고 ‘나는 이미 통역사‘다 생각하고 발화하는 것) - 유창성이 뛰어난 것과 ‘불어 잘하는 척’을 하는 것은 다르다 - 무조건 쉽게 말하기 ,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기 - 간단한 문법 절대 주의하기 (저를 괴롭힌 3가지 문법실수 : beaucoup de l'argent / les personnes agees, ils sont.../ on hesite de)



제가 이렇게 태도를 강조하는 이유는...제가 재작년에 통역이 되게 잘나왔다고 생각했어요. 쏼라쏼라 말했거든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문법 생각 안하고 막 말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날까지 눈 보고 통역을 못해서 렌즈를 빼고 (도수 -6.0) 가보자는 나름 혁신적인(?) 시도를 했는데, 막상 그렇게 갔더니 누가 말하는지 모르겠어서 그냥 앞만 보고 말했어요. 그래서 ’소통’한다는 느낌을 전혀 주지 못한 것 같습니다.



+ 질의응답 재작년에 최정화 교수님 질문 잘못 대답해서 ‘제 질문 그거 아니었어요’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래서 이번에는 질문 10가지 준비해서 스터디원이랑 멜라니랑 연습을 많이 해갔어요. 근데 정작 젤 중요한 걸 빼 먹었더라구요 - 졸업하고 공백이 있는데 그동안 뭐했냐 - ㅎㅎ...약간 코미디 찍었어요. 제가 조정심판이라 je travaille comme juge de l'aviron 이라고 했는데 juge 랑 aviron을 둘다 못 알아들으셔서 막 ramer un bateau 설명하고, coach de carriere (커리어코치) 로도 일한다고 했는데 갸우뚱하시는 거 같았어요 ‘이야 뭐라는진 모르겠지만 별난 애구나?’라는 느낌... 그래서 제가 이걸론 돈 많이 못 법니다- 라고 했는데 교수님이 ‘아 그럼 프랑스어로 돈 벌어서 그거 하는데 쓰려는 거구나~~오호호’라고 하셨어요. 여기서 제가 ‘아닙니다 제가 진짜 하고 싶은건 통역입니다’라고 했어야하는데 제가 말을 늦게 알아들어서 타이밍 놓치고 바로 통역으로 들어감...



+문제 참고로 오후반 통역은 불한-> 한불이었는데



불한 : 짝퉁 (사고 만족하는 사람과 후회하는 사람 이유)



한불 : 한글의 날, 요새 외국어 표기 남발해서 문제



오전 주제가 극악무도하다고 했어서 겁먹고 들어갔는데, 오후는 주제가 너무 쉬워서 불한은 그냥 기가 막히게 통역했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하니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는군요) 한불은 그저 그렇게 했고...(또박또박 눈 마주치며 말한 건 잘함) 근데 오후반 모두가 잘했을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국어, 프랑스어 해주시는 교수님들 발음을 듣기 조금 힘들었어요. 가림막에 마스크에... 긴장해서 그런지 한국어도 잘 안들리더라구요. 통역이고 기억이고 알아듣는데 엄청 집중했습니다.)



*메모리 스팬



: 저도 앞선 윤서씨처럼 ‘기억궁전’을 썼었는데요, 이게 효과는 좋은데 발화할 때 자꾸 딴 곳을 보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상대방 얼굴 위에 그림을 순서대로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일명 얼굴궁전) 그럼 상대방 얼굴 보면서 자연스레 통역이 가능....!! 이 방법이 통하는 사람은 두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1) 내용 이미지화가 빨리빨리 되야함 2) 구조화 잘해야함. 전자는 기억궁전법 쓰면 상상력이 좋아져서 자동으로 되는데 2번은 분석력을 길어야하는거라... 들으며 서문, 비교구조, 장단점구조구나 ~ 생각하면서 들으셔야 이미지 쌓고도 ’흐름’이 기억납니다. 쌓기만 하면 그 다음이 생각안 남. 그래서 제 방식은, 장점 : 순서대로 기억남. 내용 커버율 높음. 단점 : 훈련이 필요(단기간에 안됨). 한번 꼬이면 다 날라감.



*스터디 자료 : 저는 시험처럼 구조화되고, oraliser된 한불 텍스트를 가져가려고 노력했고, 불한은 최대한 모르는 개념이 나오는 걸 가져갔어요. 브누아 교수님이 불한 가져오시는 줄 알고(올해 안 나오심) 농업이랑 채소 얼마나 뒤졌던지 ㅎㅎ...



저와 스터디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특히 항상 기가 막힌 텍스트를 가져와준 쁘띠베베 당신은 최고에요 킹왕쨩 불어마스터 제가 스터디 파트너여서 감사했습니다. 예비 수강생 분들은 기사 그대로 찾아서 가는 걸 지양하시고 최대한 구조화, oraliser해서 준비해가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본인도 늘고, 파트너에게도 훨씬 도움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