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한테도 이 글을 쓰는 날이 오는군요. 아직도 실감이 안 나지만,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지만 최대한 성실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Q. 학원에선 어떤 수업 들었나 ?
A. 불어 : 2022년 12월+ 2023년 1~3월 시작반 (이미숙 선생님) 수강
4~7월 실전반 (이미숙 선생님, 이슬아 선생님) 수강
8-10월 외대 실전반 (이미숙 선생님)
2~3월 루이쌤 구술반+슬아쌤 작문반
영어(강남 ㅇㅊㅇ 어학원) : 2022년 9~11월 영어통역 기초반
1~10월 영어통역 실전반
8~10월 영어1차 외대 모의고사반
등등…약 1년동안 한 달에 60~100만원을 영어, 불어 통대입시학원에 썼습니다.
Q. 본격적으로 입시를 준비하기 전 불어실력은 ?
A. 2012~2016 불어 찍먹
2017 델프 B1 주니어 취득
2019 외대 프랑스어학부 입학
2021 델프 B2 취득
2022 파리 교환학생; 현지에서 달프 C1 취득
전 2012~2016년, 즉 4년 정도 캐나다 영어권지역에서 살았습니다. 이때 영어를 본격적으로 배웠고, 불어는 아베쎄데정도 익혔습니다. 이때 불어는 너무 성가신 과목이었습니다. 영어도 못 해서 친구도 못 사귀고 적응도 힘들었는데 문법이 훨씬 복잡한 불어를 배우기엔 너무 여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캐나다에선 불어가 필수과목이라 6학년때부터 10학년까지 지긋지긋하게 절 쫓아오더라고요. 이 때 남들 다 따는 델프라는 자격증을 알게 되었고 B1을 준비하다가 공부를 드럽게 안해서 떨어졌습니다. 2016년 여름에 한국으로 돌아왔고 제 학년은 고1이었습니다. 고2가 되었을 때 공부해 놓은 게 아까워서 B1을 준비하고 땄습니다. 대학입시도 외대 영어통번역학과로 갈까 했지만, 그때 뭔가에 홀렸는지 프랑스어학부에 지원했고 붙었습니다. 그렇게 FATI(외대 프랑스어학부 통번역세부전공)과에 들어왔고, 파리에 1년동안 교환학생도 갔다왔습니다. 이 기간동안 겨우겨우 달프 C1을 땄습니다. (남들처럼 프랑스친구를 사귀고 자연스러운 발화가 늘진 않았습니다. 그냥 파리 기숙사에서 혼자 공부하면서 교환시절을 다 보냈던 거 같아요. 제 성격 탓입니다)
Q. 시작반 수업은 어떠냐?
A. 미숙쌤 성격이 워낙 좋으셔서 굉장히 수업이 재미있었어요. 약 두 시간정도 되는 수업이 매우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서 (문장구역, 통역발표, 라디오청취 등) 초반엔 좀 따라가기 벅찼지만 금새 적응했습니다. 미숙쌤의 강의스타일에 너무 익숙해져서 수업 전에 문장구역 텍스트를 읽으면 아, 이 부분에서 이렇게 말씀하시겠구나 감이 오더라고요. 중간중간 선생님이 외워두라고 하신 표현은 그냥 그자리에서 외운다고 생각했고, 다음에 그걸 물어보실 때 주저하지 않고 기계처럼 나오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어느새 실전반으로 올라갔습니다. (실력이 좋아져서라기보단, 그냥 시작반에서 수업을 오래 들어서 자연스레 올라간 것입니다.)
Q. 통역은 어떻게 연습하면 좋을까요 ?
A. 좋은 통역을 하려고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통역 중 나쁜 습관이 생기지 않도록 신경쓰는 것도 중요해요. 통역연습할 때 하면 안 되는 것 몇 가지가 있는데, 최악인 순서대로 열거해보겠습니다.
1. 블랙아웃 -입시생활동안 절 끔찍하게 괴롭혔던 현상입니다. 분명히 들었을 땐 이해가 잘 된 거 같은데, 마이크를 잡고 어느정도 말하다가 뒷부분의 기억이 다 날아가버리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봤는데, 기적의 방법을 찾진 못했습니다. 그냥 들을 때 ≪ 이걸 어떻게 불어/한국어로 표현하지 ≫ 생각이 자연스레 나는데, 최대한 원문자체로 들으려 노력하니, 기억이 좀 선명히 남았습니다. 스터디를 하면서 한한통역을 두 달정도 열심히 했었더니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블랙아웃이 온다 싶을 때 저는 방금 말한 문장을 다시 생각해보고, ≪ 이게 어떤 주장의 근거지 ? ≫ ≪ 논리상 뭐가 나와야 말이 되지 ? ≫ ≪ 그래서 이 사람이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이 뭐였지 ? ≫ 등등을 생각했더니 약간의 pause는 생기지만 결국 생각이 더듬더듬 났습니다.
방금 들은 두세문장도 기억이 안 나서 진짜 금붕어가 된 기분을 많이 느끼기도 했지만, 들을 때 논리적인 구조를 잡으면서 키워드 중심으로 정리를 하게 되면서, 8월즈음부터 ≪ 불어는 부족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메모리 때문에 떨어지진 않겠다 ≫ 싶었습니다.
2. 필러
-2차시험때는 교수님들이 몇 시간동안 학생들의 통역을 들어야 합니다. 그것도 같은 텍스트의 통역을 들으니 매우 피곤하실 겁니다. 그런 상태에서 통역 중간중간, 어… 음… 이런 의미없는 소리로 채우면 듣기 싫어집니다. 시간은 가고, 초조해지고, 무슨 말은 해야겠는데 기억이 안나니까 시간을 벌고 싶어서 필러를 무의식적으로 채우게 되는데, 이거 습관되지 않도록 스터디파트너끼리 봐주셔야 합니다. 습관은 이미 생기고 나서 없애려 하면 더욱 힘드니까요.
3. 백트래킹
이미 내뱉은 말이 맘에 안들어서 문장을 다시 시작하는 걸 말합니다. 이것도 나쁜 습관 중 하나입니다. 통역은 제한된 시간 안에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빠르게 의미를 전달해야 하는데, ‘좋은 표현’ ‘완벽한 문장’을 만드려는 욕심에 같은 문장을 두 세번 반복하게 됩니다. 하지만, 한 통대교수님들이 조언하시길, 두번째로 만든 문장이 첫번째 것보다 그리 드라마틱하게 좋아지진 않으니 그냥 내뱉은 말은 끝까지 책임진다고 생각하고 치고 나가는 게 좋습니다. 물론, 문장구조가 너무 잘못되어서 수습이 안되겠다 싶을 땐 어쩔 수 없이 백트래킹은 해야겠죠.
4. 말끝 얼버무리기
5. 기억 안나서 대충 씨부리기
-기억 안나면 그냥 그만 말하세요. 통역은 없는 말 창작하는 게 아니니까, 뭔가 내가 앞으로 말을 지어내면서 통역을 하게 될 거 같다면 스터디 중에는 그냥 안하는 게 낫습니다.
6. Pause
2~3초는 괜찮겠지만, 문장과 문장 사이에 pause가 너무 자주 나오면 듣기 힘들어져요.
Q. 1차시험 어땠냐
A. 전 진짜 그냥 13번째 학원 모의고사를 새로운 장소에서 치른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쳤습니다. 전체적으로 학원에서 다룬 주제와 비슷해서 큰 문제는 없었지만, 불한청취가 위기였습니다. 교복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솔직히 30퍼센트정도밖에 이해 못 했던 거 같습니다. 중년남성의 낮고 울리는 목소리로 들어서 그런지 이해하기 힘들었고, 나중에 그 텍스트 소스를 다시 보니까 어휘수준도 꽤 높아서 글로 읽어도 한번에 이해가 잘 안됐습니다. 최대한 틀리지 않을 것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썼습니다. 한불청취요약은 미국을 Les Etats-Unis a 이렇게 단수취급으로 썼습니다… 나중에 미국은 무조건 복수취급 해줘야 한다는 거 알고 떨어질 줄 알았는데 붙었습니다. 제 생각엔 에세이를 잘 써서 앞에 청취요약 글에서 있었던 실수가 어느정도 보완되지 않았나 싶어요. 모의고사에서 에세이는 항상 거의 만점 받았고, 불한청취는 가끔 16, 17점 받았지만 보통 18~20점 받았었습니다. 실제 시험에서는 불어실력을 자랑하는 느낌으로 쓰지 않았고, 최대한 담백하고 정직하게 썼습니다. 저희 학원을 다닌 모두가 1차를 붙었으니, 여러분도 미숙쌤의 가이드를 성실히 따르고, 시간과 분량을 준수한다면 1차는 수월히 붙을 겁니다.
Q. 학원 모의고사 어땠냐
A. 세 번 다 성실히 참여했습니다. 여러분도 이때 최대한 긴장감을 느끼고 임하는 게 좋을 겁니다 ! 이때 긴장감에 익숙해져서 2차시험을 덜 긴장하고 볼 수 있었거든요. 점수는 한불통역으로 18점 한 번 나오고 나머지는 다 16점으로 겨우 합격점을 넘었습니다.
Q. 2차시험 어땠냐
A. 영어를 떨어졌기 때문에 오후팀 맨 뒤에서 세번째였습니다. 학원자료를 가져와서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복습을 하니 두 시간 넘게 대기했는데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교실에 들어가서 큰 목소리로 불어로 인사했고, 책상에 놓인 책의 텍스트를 읽게 하셨습니다. 화학적인 ? 복잡한 어휘 투성이의 텍스트 한 문단을 정확한 발음으로 읽어나갔습니다. 아이스브레이킹으로는 그냥 제 이력서 보시고는 캐나다 어디에서 살았냐고 물어보셔서 토론토쪽 지역 anglophone이라고 했고, 여기서 처음 불어를 배웠다고 가볍게 이야기했습니다. 가운데 김정연 교수님(통역할때마다 웃고, 고개 잘 끄덕여주심), 오른쪽 편혜원 교수님(무뚝뚝하시고 중립적), 왼쪽 최승주 교수님(듣던 대로 포스에 기가 좀 눌렸습니다)이 계셨고, 불한부터 편혜원교수님이 읽어주셨습니다. 속도는 이미숙쌤이랑 비슷했던 거 같고, 목소리가 약간 작으셨지만 집중하니 잘 들렸습니다. 걱정과는 다르게 텍스트를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진 않았습니다. 더빙의 한계와 중요성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커버는 70%정도 했던 거 같고, 깔끔하게 설명하지 못한 문장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교수님들이 ≪ 얘 설명해나가는 능력은 좀 딸리지만 원문 이해를 하긴 했구나 ≫라고 느끼셨던 것 같습니다. 한불은 최승주 교수님이 약간 딱딱한 톤으로, 꽤 천천히 읽어주셨습니다. 한불통역을 너무 못했습니다. 평소 스터디할 때의 실력이 100이라면 시험 때는 60정도 나왔던 거 같습니다. 상추, 배추, 폭우, 침수 이런 단어가 기억이 안나서 les legumes sont serieusement gachis par la pluie extreme 이런식으로 최대한 틀리지 않게 돌려 표현했습니다. 한불통역 마지막 문장을 내뱉으니 교수님 세 분다 수고했다는 듯이 웃어주시고 아쉬운 마음으로 시험장 문을 나왔습니다. 한불통역이 너무 엉망이라, 떨어질 줄 알았는데, 포기하지 않고 최대한 침착하게,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려고 정신을 붙잡았습니다. 그 부분을 높이 평가해주셔서 운좋게 붙은 거 같아요.
Q. 평소에 공부는 어떻게 했냐 ?
A. 전 영어를 70, 불어를 30으로 잡고 공부를 해서, 사실 불어 공부를 많이 못했습니다. 또 제가 워낙 게으른 성격이다 보니, 혼자 엉덩이를 붙이고 공부를 오래 못합니다. 어휘, 표현 정리를 공책에다 해 놓긴 했지만 수시로 확인하진 못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많이 스터디를 했고, 수업에서 배운 건 절대 다시 못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머리에 새겼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개인공부량이 적어도 통역이 늘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스터디를 할 때도 다른 분들은 여러 자료를 긁어서 예쁘게 편집해주셨지만 전 수업 때 안다뤘던 텍스트 위주로 읽어줄 때가 많았습니다. 죄송하고 감사해요 모두! 1월부터 일주일에 불어통역스터디만 6~8시간이상 꾸준히 했고, 1차 끝나고 2차까지 남은 이주동안은 일주일에 불어는 열 네시간, 영어통역스터디는 열 여섯시간 넘게 했습니다. 토나올 것 같았어요. 하지만 스터디를 안 하면 공부를 아예 못 하게 될 거 같아서 이렇게 무식하게 많이 잡았습니다… 앞으로 이렇게 공부하면 안 될 거 같습니다. 스터디를 너무 많이 해서 통역 자체는 늘었지만, 복습을 소홀히 해서 이미 배운 표현을 못 쓰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저의 무식한 공부방식을 여러분께 공유하고 있지만 혹시 여러분도 통대를 준비하신다면 이런 방식으로는 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 ㅠㅠ.
Q. 이슬아쌤 작문 수업 어때요 ?
A. 50분동안 한 페이지의 한글 텍스트를 불어로 번역해서 써야 합니다. 양도 많고 시간도 그에 비해 적어서 절대 쉽지 않지만 확실히 글쓰기 실력이 늡니다. 이슬아쌤이 좋은 표현 많이 알려주셔서 진짜 하나하나 너무 소중하다…생각하고 새기면서 들었던 거 같아요. 두 달밖에 못 들었지만 이때 글쓰기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했습니다.
Q. 루이쌤 구술 수업 어때요 ?
A. 불어 회화실력을 향상하기에 가장 좋은 수업이었습니다. 루이쌤이 성격이 꽤 냉철하시지만, 은근히 공감도 잘해주셔서 수업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다루게 되는 주제의 수준도 높고, 자유롭게 의견 개진도 할 수 있어서 ≪ 프랑스인처럼 생각하고 말하기 ≫를 훈련하기에 정말 좋았어요.
Q. 영어를 같이 준비하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A. 영어를 떨어졌지만 두 언어 다 열심히 준비했던 사람으로서 몇가지 조언을 나누고 싶어요. 불어랑 영어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표현이 너무너무너무너무 많아요. 최대한 많은 표현을 배워야지~ 란 마음으로 가기보다는, 이 표현은 절대로 틀리게 쓸 일 없다 싶을 정도로 확실하고 꼼꼼하게 체크해두시는 게 좋아요(특히 관사, 수처리, 전치사, 연어). 오히려 두 언어를 준비하다가 둘다 엉성해지고 있는 거 아닌가 의심한 순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다시 생각하면, 두 언어를 동시에 공부하면서 헷갈려서 고생한 것보다,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더 외우기 편한 게 더 많아요. 그리고1차시험 끝나고, 1차결과나오는 날, 그리고 1차결과 뜨고 2차시험보는 날 사이가 가장 정신적으로 힘든데, 1차 때 한 언어 떨어졌다고 낙심하지말고 바로 그 언어 통역시험만 생각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전 내심 영어가 붙고, 불어가 떨어질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반대여서 많이 당황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A. 그냥, 미숙, 슬아쌤 믿고 하라는 대로 하시면 중간은 갑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걱정할 시간 있으면 그 시간에 공부합시다) 시험이 어렵게 느껴져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포기하지 말아요. 열심히 공부한 나한테 어려운 문제는 모두에게도 어렵습니다. 수험생활이 다 그렇겠지만, 나만 못하는 거 같고, 아무리 노력해봤자 안 될 거 같아서 의기소침해지는 일이 많아요. 수업 때 한 통역이 너무 맘에 안들어서 일주일 내내 기분이 다운될 때도 있구요.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오늘의 우리는 어제보다 더 잘 하고 있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