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직도 합격한 게 믿기지가 않는데 꿈에 그리던 합격수기까지 쓰다니 너무 행복하네요.
저는 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심화전공, 교환학생 한학기, B2가 끝인 정말 다른 분들에 비하면 아주 귀여운 수준의 불어실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통역은 물론 학원에서 진행하는 시작반 문장구역도 따라가기가 버거웠어요. 듣기도 약해서 라디오 청취도 항상 대답을 못했구요. 그런 제가 쌤들 덕분에 통대 합격까지 하게 되었네요..ㅜㅜ
제가 공부를 좀 무식하게 했기에..부끄럽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적어보겠습니다.
<수강한 강의>
1-4월: 시작반
5-9월: 실전반, 슬아쌤 작문반(1개월), 고동은 선생님 1대1 (7월~시험)
10월-시험: 외대실전반, 고동은 선생님 1대1
<단어>
제가 문장구역과 불한통역, 청취를 힘들어했던 가장 큰 이유는 어휘부족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선배분들의 합격수기와 미숙쌤의 말씀을 듣고 바로 용어정리를 시작했어요.
문장구역, 통역에 나오는 모르는 단어 모두 분야별로 정리해서 암기했습니다. 단어는 누적복습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예를 들어 월요일에 수업한 단어 중 모르는 단어들 모두를 당일 또는 다음날 정리하고 암기 후 그 다음날 복습, 수요일에 새로 나간 진도로 넘어가고를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주말에는 다시 월요일에 암기한 단어들부터 싹 다 다시 외우는 식으로 했습니다. 실전반에 가서도 똑같이 했고, 9월부터는 또 시작반 용어들부터 시작해 실전반, 외대반 단어들을 다시 복습했어요. 그렇게 시작반 단어들은 10번씩은 다시 복습한 것 같아요. 세어보니 총 6800개 정도 했습니다. 물론 전부 다 완벽히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요.
사실 단어를 이렇게까지 하신 분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단어가 유독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좀 집착했던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단어 공부를 한게 정말 1,2차 시험 모두에 도움이 많이 되었고, 불한통역이 들리기 시작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저처럼 단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좀 더 효율적으로 문장 단위로 암기 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전 그게 더 낫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네요.<1차 에세이>
미숙쌤, 동은쌤이 첨삭해주시는 모든 것과 좋은 문장, 단어들을 워드에 적어놓고 하루에 한 번 이상 매일 정독을 했습니다. 같은 실수를 안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시험 때까지는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실수를 해보고, 첨삭을 통해 고쳐서 다시는 반복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렇게 하니 양은 늘어가고 매일 한번씩 정독하니까 나중에는 지겨워지는데, 그래도 암기하는 것보다는 나아서 그냥 매일 들여다봤어요. 정말 이건 이제 툭치면 툭 나오겠다 싶은 것들만 지우고 다시 새로운 걸 추가하는 식으로 했습니다. 총 1차 모의고사를 시작할 때부터 시험때까지 9페이지가 나왔어요. 이 방법으로 1차 한불요약, 에세이 점수를 빠르게 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도 계속 헷갈리는 명사의 성은 동은쌤 말씀대로 손에 익도록 100번씩 말하고 썼습니다.
에세이 순서는 한불-불한으로 쭉 했고 한불 25-30분, 불한 20분으로 끝낸 뒤 5-10분은 한불 검토만 두번 세번씩 읽어보며 계속 했어요. 신기하게도 검토를 할 때마다 틀린 게 새롭게 다시 보입니다.
문단구조나 분량, 시간은 학원에서 모의고사 계속 치루다 보면 어떻게든 맞춰지니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불한통역, 1차 청취>
시작반이 끝날 때까지 세문장도 통역을 못했어요… 메모리스팬은 그 다음 문제고 일단 들리지가 않아서 이해 자체가 안 되더라고요. 정말 마이크를 잡을 때마다 울고 싶었던 기억이 선명해요.
단어와 귀를 뚫는 게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해 처음에는 un jour une actu로 시작해 RFI facile, Le debat de midi, Hugo decrypte를 매일 이동할 때 들으면서 1분30초 정도를 처음부터 끝까지 속으로 통역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6월 말까지 알바 두개를 하면서 공부를 해야했던 터라 따로 시간을 내서 청취를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자기 전, 이동시간을 활용했습니다. 나중에 미숙쌤이 청취도 시간을 내서 조용한 환경에서 꼼꼼하게 제대로 듣고, 쉐도잉하는 연습을 해야한다고 하셨는데 안 들었어요…ㅎ 죄송해요..쌤
또 불한통역 텍스트를 낭독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통으로 암기도 했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2개월정도 하고 암기는 관뒀어요.
이렇게 단어암기와 함께 계속 하다보니 점점 불한통역이 들리기 시작했고, 메모리스팬 문제는 텍스트를 이해한 걸 바탕으로 논리를 잡는 연습을 했습니다. 또 첫문장과 마지막 문장은 꽉 잡고 안 놓치는 연습을 했어요. 그러면 어느정도 줄기는 잡을 수 있게 되더라고요. 사실 여전히 메모리스팬 문제는 완전히 해결을 하지 못했습니다. 놓치는 문장들이 아직도 많아요. 다만 완벽하게 모든 문장을 기억해서 똑같이 통역할 필요는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디테일보다는 흐름 잡는 게 더 중요하다고 쌤들도 항상 말씀하시는데요. 첫문장-문단별 요점-마지막 문장만 잡아도 합격권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건 복습이라고 생각해요. 배경자료들은 학원에서 준 것들도 전부 못 봤어요 저는..
다른 자료들까지 따로 찾아서 한 건 스터디 할 때가 끝이었어요. 그러니 복습에 가장 중점을 두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수업때 한 모든 불한통역은 집에서 녹화본으로 다시 들어보고 통역하고 아는 단어이지만 못 잡은 것, 바로 머릿속에서 통역이 안 됐던 문장구조 등을 체크했습니다. 이걸 가장 우선으로 먼저 하고 위의 공부들을 추가적으로 했어요.
그리고 시험이 얼마 안 남았을 때는 완벽하고 정제된 한국어 문장으로 통역을 하는 연습을 하시면 좋습니다. 나는 아나운서다 생각하고 고급스러운 한국어, 안정되고 적당한 크기의 목소리, 명확한 발음 등에 신경쓰면서 통역하면 통역의 질이 더 좋게 느껴져요. 사실 저 시험때 불한통역 못 잡은 게 많은데 이 방법으로 퍼포먼스면에서 교수님들이 좋게 봐주시지 않았나 싶습니다…ㅎㅎ
<한불통역>
처음에는 한한요약 스터디를 시작했는데 초반에는 한한만 해도 충분한 것 같아요. 한한 하실때 요약하는 연습을 잘 하시면 나중에 정말 도움 많이 되실 거에요. 모든 내용을 빠짐없이 통역하는 분도 있지만 저는 그럴 수 없었는데, 요점만 잡아서 통역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미숙쌤이 저에게 요점만 잡아서 통역하는 능력이 좋다고 하셨는데 한한통역을 열심히 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후에 미숙쌤이 이제 한불을 시작해도 된다고 하시는데, 그때부터 시작반때 미숙쌤이 주시는 한불번역 모범답안을 모두 통암기했습니다. 역시나 누적복습을 실전반에 가서도 계속 했고, 최소 5번씩 통암기를 계속하다보니 미숙쌤이 쓰는 표현들을 제 것으로 만들 수 있었어요. 여러 표현들을 입으로 자연스럽게 내뱉을 수 있게 됩니다. 한불번역 모범답안은 정말 유용하고 귀한 자료였다고 생각해요. 한불통역에 가장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주제어정리 암기도 했습니다. 한불번역같이 스토리가 있는 게 아니고 짧은 문장들로 되어있어서 외우는 게 가장 힘들었지만 그만큼 수려한 표현들을 제 것으로 만드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역시나 누적복습을 계속 했습니다.
이런식으로 통암기하는 게 정말 무식하게 보일 수 있지만 비문을 줄이고 좋은 표현들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몇개월 만이라도 해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어느정도 한불을 뱉을 수 있게 된 뒤에는 계속 해오던 수업 녹화본 다시 들으면서 통역해보기에 더해서 시역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혼자 시역하는 걸 녹음해서 들어보고 미숙쌤은 어떻게 통역하셨는지 체크 후, 다시 시역을 해보고 녹화본으로 듣고 다시 통역해보기를 했어요. 같은 텍스트를 총 4번 통역해본 거죠. 이 방법으로는 한국어를 머릿속으로 불어로 바꾸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습니다.
<스터디>
평소에는 고정스터디 주 2회(불한,한불 1개씩)
시험 직전에는 매일 3-4회씩 했습니다.
스터디 자료는 불한은 France info를 많이 썼고, 한불은 뉴닉, 헤이뉴스를 구독하면서 괜찮은 주제를 골라 네이버 블로그나 오피니언에서 글을 찾아 oraliser를 하고 썼습니다. 직접 번역을 해서 모범답안을 만들었는데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공부가 되어서 좋았습니다.
<시험후기>
-1차: 불한 청취 유니폼….뭔소리지? 뭔소리야? 하다가 들은 것만 주워담아서 꾸역꾸역 적어냈습니다. contresens가 있었기 때문에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분량을 채우고 결론은 잘 나와서 붙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불 청취, 에세이 두개는 무난히 분량 잘 채워서 썼고, 철자 나간걸 답안지 제출 직전에 발견하고 충격받았지만 붙은 걸 보니 다행히 다른 부분에서는 문법 나간 게 없었나봐요.
-2차: 시험장에 들어가서 앉자마자 교수님께서 불어로 잡지의 한부분을 낭독해달라고 하셨고, 모르는 단어들이 많아서 좀 절었어요. 그래도 최대한 또박또박, 연음과 발음 또 억양에 신경써서 읽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후 태어난 곳, 선호하는 도시를 물어보셨고 바로 통역을 시작했습니다.
불한통역은 들으면서 와 망했다 생각밖에 안들 정도로 처음에는 하나도 안 들렸습니다. 더빙이 생각이 안나서 계속 뭐였더라 하다가 중간을 다 놓쳤어요. 하지만 다행히 문맥상 파악해서 주제어를 잡았고, 처음 들은 부분과 마지막부분을 통역했습니다. 커버율이 50퍼센트도 안 됐던 것 같은 느낌이에요..
한불통역은 기후플레이션이 주제였는데 서론에서 제트기류, 엘니뇨가 나오는 순간 멘탈이 나갔어요. 하지만 정신 붙잡고 기후변화를 주제어로 잡고 해수면과 온도상승으로 풀어서 설명했습니다. 기후플레이션은 climaflation으로 만들어냈는데 교수님께서 끄덕끄덕하셔서 아 다행이다 싶었어요. 이 기후플레이션에 대한 대처로 미국에서는 뭘 하고 있고 EU는 GMO사업을 시작했다는 내용이었는데 미국은 생각이 안나서 prendre des mesures로 넘어갔고 EU도 GMO 불어로 생각이 안 나서 그냥 유전적으로 변형된 식품으로 풀어서 설명했습니다.
짧고 멋있게 쓰고 싶었는데 너무 구구절절이 된 것 같아서 조금 부끄럽네요.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은 절대 남들과 비교하지 마시고 본인의 페이스대로 꾸준히 하시다보면 실력은 늘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저는 학원 내에서도 가장 열등생이라고 생각하면서 공부를 했고, 일과 공부를 병행하느라 번아웃과 슬럼프도 왔었습니다. 마이크를 잡는 게 너무 스트레스였고, 9월에는 불면증과 공황장애도 왔을 정도였는데요. 결국 이렇게 보상을 받으니 다 이 순간을 위한 빌드업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멘탈이 이렇게나 약한 저도 해냈으니 여러분도 꼭 해내실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모두 포기하지 마시고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정말 마지막으로 꾸준히 상냥한 피드백과 위로로 저와 스터디 해줬던 ㅇㅎ, ㅅㅎ, ㅇㅇ이 너무너무 고맙고, 다른 분들도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학생 한명 한명 다 신경써주시고 쿨한 피드백과 위로를 건네주시던 T미숙쌤, 정말 너무 감사드리고 은은한 개그와 함께 엄청난 통역을 보여주시던 체력왕 슬아쌤, 항상 다정하게 얘기 나눠주시고 많은 걸 가르쳐주신 F동은쌤! 쌤들 덕분에 꿈에 그리던 대학원에 다니게 되어서 저 정말 행복해요….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학원에 자주 놀러갈게요 너무 자주 온다고 내치지 마세용 대학원 가서도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