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불번역전공에 합격한 이*경입니다.
저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계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합격 수기를 작성해 봅니다.
1. 수강 배경
저는 대학에서 프랑스어와 관련이 없는 전공을 하다가 취미로 프랑스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불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점점 욕심이 생겨 4학년 때부터 프랑스어문 전공 강의를 수강해 부전공으로 졸업했고 이후 일 년 어학연수를 다녀온 뒤 입학시험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번역에 처음 관심을 가졌을 땐 프랑스어를 배운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고, DELF로는 겨우 A2 수준이었습니다. 검색하던 중 통번역대학원과 코리아헤럴드학원을 알게 되었는데, 통번역대학원에 갈 수 있을 만큼 실력이 올라갈 수 있을지, 그리고 본 전공이 아닌 분야에 도전해도 괜찮을지 등 고민이 많았습니다. 결국 이 고민은 부전공하는 동안과 어학연수 기간까지 이어졌는데, 취업을 알아보다가도 끝에는 매번 학원 홈페이지와 카페를 들락날락하는 제 모습을 보며 더는 고민하지 말고 도전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돌이켜보니 처음 관심이 생겼을 때 진작 학원 상담을 받고 수업을 들어봤다면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공부할 수 있었을 테고, 진학 시기도 더 빨라질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통대 입시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저처럼 혼자 한참을 고민하지 말고 바로 학원 문을 두드려 보시길 바라요!
2. 학교 및 전공 선택
저는 처음부터 통역보다는 번역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통역은 제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또 입시를 망설였던 이유가 ‘번역과 통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야일텐데, 번역을 직업으로 삼는다면 통역을 안 할 수는 없을 텐데 내가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평소에 한국어로도 말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라 프랑스어 말하기 실력도 더디게 늘었고, 예전부터 발표할 일이 있으면 최대한 피하며 살아온 사람이라 수업 중에 마이크를 잡고 통역을 하는 일도 큰 부담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시작반 수업을 들으면서 짧은 문장부터 찬찬히 통역해 보니, 통역을 하는 게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미숙 선생님께서도 통역을 꼭 하라고 조언해 주셔서 통역도 잘 해내고픈 마음이 생겼고, 그때부터 외대에 원서를 접수할까 잠시 고민했습니다. 어학연수 동안 에세이를 많이 작성해 봐서 이대 스타일의 번역보다 외대의 에세이가 더 익숙했던 이유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발표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주변에서는 많이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괜찮아질거라고 하는데 저에게는 쉽지 않았습니다. 입시 기간은 어떻게든 버텨 합격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통역을 주로 하게 되면 대학원 생활을 버티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번역에도 크게 자신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더 좋아하는 건 번역이니까 이대 번역전공을 1지망으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말이 조금 길어졌는데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비록 저는 이런 결정을 내리긴 했지만 처음부터 ‘나는 번역만 할거야’하며 스스로 한계를 정해두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통역에도 다가가 보자는 것입니다.
시험 날짜가 겹쳐 한 곳을 고를 수밖에 없기에 고민이 많이 될 텐데, 개인적으로 입학설명회와 상담, 치맥데이에 참여한 것도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3. 학원 수강
1월 시작반 온라인(12월) 수강 (7강까지 밖에 듣지 못했어요..!)
2-4월 시작반
5-7월 실전반
6-7월 작문반
8-10월 이대실전반
8-9월 시사고급작문 1-2탄(인강)
공부 방법은 번역을 중심으로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작반>
시작반은 다양한 주제에 익숙해지고 배경지식을 늘리는 데 꼭 필요한 수업인 것 같습니다. 프랑스어뿐만 아니라 평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분야의 지식을 많이 배울 수 있어 흥미롭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문장구역 텍스트가 미리 올라와 준비 후 수업을 듣게 되는데, 문장구역 발표는 많이 하지 않았지만 수업 전에 혼자 몇 번이고 연습을 한 뒤 수업을 들었습니다. 복습할 때는 문장구역을 한 번 더 해본 후, 다른 분들처럼 엑셀파일에 주제별로 용어를 정리했습니다. 통역 및 청취 자료는 주 1회 통역스터디를 하며 활용했습니다. 번역은 과제로 주어졌는데 처음에는 문장마다 사전을 찾으며 번역했지만, 나중에는 사전 없이 먼저 써본 후 사전을 참고하며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했습니다.
<실전반>
선생님께서 실전반에 올라가도 되겠다고 하셨을 때,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까 또 걱정되어 청강 후 결정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빨리 실전반에 올라간 게 옳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주 2회로, 하루는 이미숙 선생님께서 문장구역과 외대 스타일 기출문제를 준비해주셨고, 하루는 이슬아 선생님의 통역 위주 수업이었습니다. 실전반 문장구역은 수업 30분 전부터 확인할 수 있었어요. 시작반 때는 문장구역 예습에 시간을 오래 써와서 이 부분이 조금 힘겨웠는데, 모르는 단어가 많은 글을 빠르게 읽어내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목요일 통역 수업 때는 사실 유독 소극적으로 참여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수업 후 통역 자료로 집에서 혼자 통역 연습을 하기도 하고, 번역으로 써보기도 했습니다.
<작문반>
입시 기간 가장 후회되었던 부분은 작문반에 뒤늦게 들어가 두 달밖에 수강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때는 시작반/실전반 수업만으로 벅차기도 했고, 작문반 수업이 너무나 어려워 보였어요. 하지만 번역하기 전에 문장구역으로 주제를 먼저 다루고, 준비 없이 바로 문장구역을 하긴 하지만 이때 모르는 단어가 있어도 선생님이 친절히 알려주시니 겁먹지 않으셔도 돼요!
특히 번역반 수업은 7월까지밖에 없으니, 번역을 1지망으로 쓰고 싶으신 분은 최대한 빨리 수강하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수업 중 주어진 시간 안에 번역을 하는 연습이 꽤나 중요합니다. 제 경우 작문반 첫 수업에서는 반도 제대로 채우지 못했었는데요, 마지막 수업에서야 처음으로 분량을 다 채우고 또 처음으로 점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사정상 강의를 들을 수 없다면 올려주신 자료라도 참고하시길 추천합니다. 선생님께서 한 문장을 어떻게 여러 버전의 문장으로 번역하는지, 어떻게 간결히 표현하는지 보며 얻어가는 게 많은 수업이었습니다.
<이대실전반>
이대반은 주 2회 수업으로 통역을 먼저 한 후 한불 또는 불한 번역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번역을 1지망으로 결정한 뒤 통역에 대한 부담은 완전히 버린 것 같습니다. 손들고 발표하는 일은 끝내 없었지만 마이크가 제 차례에 오면 최대한 넘기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ㅎㅎ;
두 달이나마 작문반 수강을 한 후 이대반에서 번역을 하니 조금 더 익숙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스스로 주제에 따라 기복이 있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지문을 읽으면서 유독 하기 싫어서 끝내지 못하겠는 글이 있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럴 때 꾹 참고 쓰다 보면 오히려 좋은 점수를 받기도 하더라고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도 정신을 다잡고 분량을 채우는 연습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또 시험 때는 물론 자신이 아는 가장 확실한 표현으로 안전하게 번역해야겠지만, 저는 수업 때 혹은 스터디 할 때 초반 몇 주간은 헷갈리는 표현이 있으면 일부러 잘 모르겠는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첨삭 받은 내용을 토대로 그 부분을 놓치지 않고 복습하면서 제대로 알아갈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
4. 스터디 & 개인 공부
<번역스터디>
이대실전반 수업 후 모여 50분 동안 한불 또는 불한번역을 한 후 스스로 첨삭해 답안지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쓰는 사람마다 모두 다른 문장이 나와 비교하며 몰랐던 표현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때 두 조를 나누고 한 명씩 돌아가며 상대조 문제지를 만들어 주었는데요, 다른 조의 지문과 이대 기출 3개년 지문은 개인적으로 토요일 오전 시험시간에 100분을 맞춰서 연습했습니다. 처음에는 100분을 가만히 앉아 번역하는 게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익숙해지도록 최대한 여러 번 연습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늘 한불번역에서 시간이 오래 걸려 걱정이 많았습니다. 초반에는 한불번역을 다 쓰는데 80분 이상 걸렸습니다. 선생님들께서도, 선배님들의 합격수기에서도 시험쯤 되면 시간 안에 다 쓸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는데 믿을 수 없었어요. 그런데 정말 100분 동안 번역을 해보면, 불한:한불을 50대50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불한에서 시간을 줄이고 한불에서 충분히 시간을 들여 쓸 수 있으니 너무 마음 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또 번역에서 왜 시간이 오래 걸릴까 생각해 보니 저는 이미 번역한 문장을 다시 읽고 또 읽다가 시간을 더 쓰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스터디를 할 때 특히 이 버릇을 고치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막히는 문장이 있을 땐 그냥 어린아이가 쓰듯 대충 쓰고 넘어갔어요. 나중에는 불한 25~30분, 한불 65~70분, 검토 5~10분 정도로 나눠서 쓰게 되었습니다.
추가로 불한번역 스터디를 일주일 2회 진행했습니다. 사전 없이 모르는 단어를 추론하면서 해석하는데 익숙해지는게 목표였습니다.
<오답노트>
7월부터 오답노트를 작성했습니다. 여기에는 번역을 하며 틀렸던 문장, 자주 헷갈리는 문법 등을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계속 외워지지 않는 단어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적었습니다. 또 번역을 하다가 프랑스어로 어떻게 써야 할지 막히는 문장이 있으면 체크해 놓은 후 모범답안의 문장과 비슷한 예문들을 검색해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시험이 다가왔을 때 이 노트를 중심으로 복습했습니다.
5. 배경지식
종이신문과 뉴스레터(뉴닉스, 디그)를 구독했고 유튜브에서는 HugoDecrypte를 자주 봤습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중 ‘익스플레인 OO을 해설하다’시리즈 프랑스어 더빙+자막도 추천합니다.
흥미로운 내용이 많고 수업에서 배운 표현도 찾아볼 수 있었어요.
습관을 들이기가 힘들었던 청취를 위해서는 단축어 기능을 이용해서 팟캐스트를 알람처럼 틀어지도록, 이어폰을 연결하면 자동으로 재생되도록 설정해 두었어요!
+
학원에서 집까지 좀 거리가 있다 보니 버스 타는 게 너무나 싫은 날에는, 또 갑자기 발표가 유난히 두려워져 마음이 힘든 날이면 학원을 빠지고 싶은 마음이 자주 들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한 달에 한 번만 빠지기라는 원칙을 정해놨습니다. 한 번의 기회가 소중해져서 더 나가기 싫을 때를 대비해 아껴두려고 참고 학원을 가게 되고, 이미 한번을 빠졌으니 어쩔 수 없지 하는 마음으로라도 학원에 가게 되더라고요. 수업이 있는 날 스터디를 하는 것도 출석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대 실전반 때는 선생님께서 가끔 녹화를 잠시 끄고 해주시는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그걸 놓치기 싫어서라도 학원에 갔던 것 같아요..ㅎㅎ 학원가기 전 혼자 고민에 빠질 때면 마음이 참 힘들었는데, 막상 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학원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마음이 한결 편해진 것 같습니다.
입시 초반부터 스스로 너무 큰 압박을 주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저는 드라마 보는 걸 참 좋아하는데 초반에 그만 보겠다며 OTT 어플을 다 삭제하기도 하고, 공부 외엔 다른 건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했었는데요, 시작부터 모든 걸 금지해버리면 지치기도 쉽고 더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이전보다는 자제하긴 해야겠지만 어느 정도 숨 쉴 구멍은 남겨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프랑스어 자막과 함께) 보고 싶은 드라마를 보고, 가끔씩 친구들을 만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가족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던 짧은 순간들이 입시 기간을 버틸 수 있게 만들어 준 버팀목이 된 것 같습니다.
끝으로 이미숙 선생님, 이슬아 선생님, 함께 수업을 듣고 스터디를 해온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