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국외대 한불과 배*리입니다. 저의 수강후기로 인해 도움을 얻는 분이 조금이라도 있길 바라며 열심히 써보았습니다.
- 수강기간
- 2020.02~2020.06 시작반 & 이슬아 선생님 작문반
- 2020.07~2020.10 실전반
- 2020.08~2020.10 고동은 선생님 클리닉
- 통번역사의 길로 접어들게 된 계기
저는 초등학교 가기 전까지 자월도라는 섬에서 자랐습니다. 별달리 특별할 것 없는 아주아주아주 조그마한 섬이라서 놀거리라곤 걸어 나가면 보이는 바다와 책장 속에 빽빽했던 책들밖에 없었습니다. 그마저도 부모님께서 위험하다고 바다에서 못 놀게 해서 참 심심한 유년기를 보냈는데요, 덕분에 자연스럽게 책 읽고 시 쓰고 글 쓰는걸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물론 도시로 이사하고 커가면서 입시를 겪고 현실을 살며 그때의 갬성은 잃어버린지 오래입니다.. 그래도 항상 활자로 된 매체들을 참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이후에 불문과에 진학해서 여러 불문학작품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때 하나의 작품이 어떤 번역가의 손길을 타느냐에 따라 글의 분위기, 심지어 가독성도 달라진다는 점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마침 그때 즈음에 교수님의 부탁으로 교수님 지인의 상견례자리에 가서 불어통역을 하게 됩니다.. 그때 5시간 동안 흔히 말하는 ‘밥통’ (밥먹으면서 하는 통역)을 맡게 되었고 통역사라는 직업을 정말 잠깐이나마 체험 해봤던 것 같아요. 정말 쉽지 않구나..하는 생각과 동시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정말 정말 맛있고 난생 처음 보는 진귀한 음식들을 눈앞에 두고도 한 입도 대지 못한 채 목쉬어라 통역만 했던 밥통의 충격을 받고 사실 통역가보다는 번역가를 꿈꾸며 자연스럽게 코리아헤럴드로 찾아오게 되었습니다..ㅎㅎ
- 공부방법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공부스타일이 있으니 그걸 빨리 찾는 게 가장 핵심인 것 같습니다! 먼저 꼭 지켰던 것은
1. 학원 & 스터디 빠지고 지각하지 말기
2. 3월 텍스트를 8월에 복습하게 될지라도 어쨌거나 복습은 꼭 하기
3. 종이신문읽기 & 시사인 주간지 읽기
4. 프랑스라디오 듣기
요렇게 4개 였습니다. 사실 기본을 지키는 것이 참 어렵잖아요 ? 저도 저 4개를 매일 지키는 것만으로도 참 어려웠던 것 같아요 ㅋㅋㅋㅋ
듣기공부
저는 왕복 4시간의 통학을 했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 프랑스 라디오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가장 많이 들었던 것은
RFI의 ( debat du jour / 7 milliards de voisins ) 그리고 RTL 방송사였습니다. RTL방송을 듣는다고 하자 프랑스친구한테 그거 완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듣는 방송이라며 놀림도 받았지만…특히 (on est fait pour s’entendre)에서는 참 흥미로운 주제들로 이야기를 많이 해서 가장 즐겨 들었어요!
# amour : peut-on croire au coup de foudre ?
# Fans : pourquoi accordons-nous autant d’administration a une personnalite ?
#comment echapper au blues du dimanche ?
요런 일상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주제들이 주로 나옵니다. 라디오 집중이 안될 때는 그냥 유튜브로 le monde, france info, Figaro 같은 신문사에서 올려주는 동영상들을 봤습니다.
시간내서 하는 듣기공부는 RFI ‘Le Journal en Francais facile’ 를 들으면서 키워드만 노트 테이킹 한 다음에 혼자 한국말로 쭉 통역해보고 스크립트 보면서 단어와 안 들렸던 문장구조 체크하는 식으로 했습니다. 매일 하게 되면 일주일 마다 듣기실력이 나날이 늘어나가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오할리제 된 고급 프랑스어를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쓰기공부
저는 쓰기공부를 제일 좋아했습니다. 이슬아 선생님과의 작문수업은 정말..외대를 다니면서도 아니 졸업하고 나서도 평생교육처럼 듣고 싶을 정도로 너무너무 주옥 같은 수업이었어요. 표현들이 너무너무 좋아서 저는 그냥 이슬아 선생님의 번역 예시 지문을 통째로 외워버렸어요. 효율적인 방법은 아닌데, 저는 이상하게도 뭔가를 외우는걸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매 주 이런 식으로 공부 했어요…ㅋㅋㅋㅋㅋ 참 무식한 방법이지만 저에게는 참 잘 맞는 방법이어서 작문수업이 7월에 끝난 다음에도 카페에 올라온 전년도 전전년도 번역예시들을 뽑아서 다 외워버렸습니다…입으로 먼저외우고 손으로 쓰면서 철자도 확인하고 이런 식으로 공부하다 보니, 1차 시험에서는 그냥 술술 써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또 통역할 때도 그때 외운 문장구조나 단어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오기도 했습니다.
한불통역
저는 사실 프랑스친구들과 생각 없이 막 얘기하던 버릇 때문에 한불 통역에서 참 호되게 당한 것 같아요. 아무렇게나 얘기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주고 불어단어가 생각이 안 나면 영어로 뱉어도 이해해 주던 친구들이 항상 참 고마웠는데 그게 오히려 독이 되어버렸습니다..하하 성수 꽁쥬게죵 맨날 나가고 soutenu한 표현들도 부족했던 것 같아요. 불어단어가 생각이 안 날 땐 돌려칠 수 있는 순발력이 있어야 했는데 머릿속엔 영어단어만 떠다녔습니다… 성수나 꽁쥬게종은 처음엔 정말 힘들지만 계속 안 틀리려고 신경 쓰고 의식해서 말하다 보면 나아지는 것 같아요. 이것들을 고치기 위해 친구들이랑 말할 때 급격하게 신경을 쓰게 됐고 그 결과 친구들이 저에게 왜 이렇게 말수가 줄었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핳..아무튼 한불통역의 중요한 점은 한국어를 들을 때 한국어 내용 파악에만 온전히 집중하고 불어를 뱉을 때는 핵심만이라도 오류 없이 자신감 있게 얘기하자! 라는 마음가짐 인 것 같습니다. 또, 좋은 문장이 있다면 문장 하나를 통째로 외워버리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하루에 한 문장씩이라도 외우다 보면 시험날에는 좋은 문장 몇 백 개가 쌓여있게 됩니다 ㅎㅎ
불한통역
불한통역 연습은 사실 다른 것에 비해 많이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듣기공부가 불한통역으로 대체된 것 같아요. 메모리 늘리려는 연습도 따로 하지 않았는데, 모든 문장을 순서 연도 숫자 완벽히 잡는 것 보다는 그냥 들으면서 핵심내용과 글의 논리를 최대한 빨리 파악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논리가 금방 잡히면 기억은 자동적으로 잘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월 수 금에 학원에 다니고 화목에서는 영어학원에서 강사로 일을 했었는데요, 5~7시간 연달아 초등생부터 고등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면서 오히려 한국어를 그 때 많이 늘렸던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듣기 편안한 한국어 톤과 발음, 목소리 등을 자연스럽게 터득한 것 같아요. 특히 고등학생을 가르칠 때는 모의고사지문이 통역지문이랑 비슷하기도 해서 한국어 발화 연습을 실컷 했던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멘탈관리
사실 제일 어려운 게 멘탈 관리라고 생각합니다. 수험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타인과 나를 비교하게 되고, 열등감이 쌓이고 자기비하에 빠지고 또 그런 내 자신이 싫어지는 순간이 오게 됩니다. 고시공부나 다른 지필공부와는 다르게 통번역 공부는 늘 청중 앞에서 발화하면서 내 부족함이 모두에게 까발려지고, 내 실력과 수준이 사람들에게 여과 없이 노출되는 공부이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아요. 혹시라도 같이 공부하는 친구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비교하면서 내 자신을 위축시키게 되는 그런 감정이 든다고 해도, 본인이 못나거나, 자존감 낮은 사람이라 그런 것이 아닌 누구나 겪는 흔한 감정이니 너무 속상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건 사람이라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그 굴레에서 어떻게 다시 빠져 나오려 노력하냐 인 것 같습니다. 항상 머릿속에, 이 세상 나는 나만 믿고 산다 ,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공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못한다고 영원히 못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 잘한다고 영원히 잘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언어공부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열정을 쏟아 부어도, 세상이 잘 몰라줄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세상에서 나라도 내 자신을 계속 믿어주면서, 잘 다독여가면서 끝까지 가는 것이 중요한 마음가짐인 것 같아요 ! 쉽지 않은 통번역이라는 공부를 하겠다고 헤럴드에 발을 들인 것부터 다들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 비교는 정말 불행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자기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믿고, 수고했다고 칭찬해가면서 공부하시면 좋겠어요 J
시험후기
1차는 생각보다 평이한 난이도여서 잘 썼던 것 같습니다. 저는 2~3개월동안 1차모의고사 스터디를 하면서 다양한 주제로 글 쓰는 연습과 시간 안에 쓰는 연습을 했던 것이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2차 시험
불한주제 : 새로운 게임 플랫폼 트위치
한불주제 : 공쿠르 상과 click and collect
브누아 교수님이 편안하게 말씀하셔서 저도 친구와 수다떨러 왔다는 느낌(?) 으로 편안히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근데 너무 편안하게 들은 탓인지 중간에 흐름을 놓쳐버렸어요ㅠㅠ 트위치에 대한 내용을 말씀하시다가 본인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을 좋아한다, 다음주에 강연에 초청받았는데 한국 문화에 대해 얘기를 할 예정이다 대충 이런 내용이 나왔습니다. 들으면서 도저히 게임얘기에서 왜 강연얘기로 넘어갔는지 그 연결고리를 못 찾아서 당황했었습니다. 그래도 발화할 때는 일단 트위치에 대한 얘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용을 다 살렸고, 문제의 강연구간으로 넘어갈 때는 (트위치에서 프로게이머들이 더 활발하고 좋은 조건에서 게임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이적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는 사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다음주에는 강연이 있는데요 ~ ) 이런 식으로 그냥 뻔뻔하게 했습니다..ㅎㅎ…너무 뻔뻔하게 해서 교수님들이 응? 하고 보시긴 했지만 그냥 해 버렸습니다…
한불의 공쿠르 상에서는 디테일을 많이 못 잡긴 했지만 글로벌 한 내용은 쭉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한불에 실수를 참 많이 했는데, 이것도 그냥 뻔뻔하게 해서 합격시켜주신 것 같습니다…ㅋㅋㅋㅋ reconfinement 으로 인해 서점들이 문을 닫았다고 해야 했는데, 이 지겹게 듣고 말했던 reconfinement 을 couvre-feu 로 바꿔 말했습니다…… 야간통행금지령 때문에 서점들이 문을 닫았다. 이런 논리가 깨진 문장들을 뱉어버린 것인데, 당시에는 제가 잘못 말한 줄 모르고 술술 말해서 그냥 넘어가주신 것 같아요.. 그리고 click and collect 의 개념을 얘기 할 때도 click까지만 기억이 나서 그냥 click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도입해서 책을 팔고 있다. 이런 식으로 기억이 안난채로 철판깔고 했습니다.
cf.
사실 저는 실력보다는 퍼포먼스 덕분에 붙었다고 생각합니다. 학원에 참 출중한 실력자 분들이 많으신데요, 본인의 실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너무 좌절 하지 마시고, 시험장에 가서는 ‘나는 이미 통번역사다. 이곳에 돈 받고 통역해주러 온 것이다’ 라는 주문을 걸고 들어가시면 좀 편히 하실 수 있을 거에요. 저는 사실 불한통역은 제가 학원 수업 스터디 모의고사 통틀어서 시험장에서 가장 잘했던 것 같아요. 수업 때 발화할 때 제일 떨렸고 그 다음 모의고사, 시험장 순으로 덜 떨렸던 것 같습니다…왜인가 생각해봤는데, 모의고사 날 오시는 통역사님들 그리고 시험장에서 뵙는 교수님들 다 초면이기 때문에, 어차피 날 모르는 사람들이니 그 분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더 자유롭다고 느껴졌던 것 같아요. 그 짧은 순간에 내가 유창한 척, 자신감 있는 척 하면 그 사람들은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이구나, 하고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저의 8개월을 돌아보며 쓰니 말이 길어졌네요. 수강생들 맘을 항상 헤아리고 잘 다독여주시던 이미숙 쌤께 제일 감사 드립니다. 저는 영어학원에서 일하면서 고작 8살짜리 애기 맘도 파악하기 어려워서 매일 끙끙거리는데…어쩜 다 큰 성인들 맘을 이렇게 잘 어루만져 주시는지ㅠ.ㅠ 쌤은 정말 본투비 선생님인가봐요 ! 존경합니다..또 매일 밝은 미소로 반겨주시던 헤럴드 카운터 실장님과 직원분들에게도 참 감사했어요. 막판에 저희가 스터디룸 왕창 잡을 때 진짜 귀찮고 힘드셨을텐데 스터디룸 없어서 예약 못할 땐 오히려 죄송하다고까지 하시며 챙겨주시고ㅜㅜ..정말 스윗하신 분들이에요. 또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에게도 너무너무 고맙네요. 정말 많이 배웠고, 더 많이 배울 거에요 !
12월에 헤럴드를 찾아오실 분들에게.
긴 공부하면서 체력관리 잘하시고, 잠 푹 잘 자시고, 맛있는 거 많이 먹어가며 공부하셨으면 좋겠어요. 통번역사가 되고 싶다는 간절함도 공부하는 데에 중요하지만, 너무 이것에만 목매게 되면 괴로워지니, 간절함과 쿨함 사이의 균형을 잘 잡으시기를 추천 드려요. 통 번역은 내 인생을 설명해주는 여러 챕터 중 하나일 뿐이잖아요! 수많은 챕터 중 하나가 지워지거나 다시 쓰여진다고 해서 책이 없어지는 것도,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아닌 것처럼 이게 안 된다고 내 인생이 끝나는 것도, 실패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일단 하는데 까지 해보고, 안되면 딴 거 하지 라는 식의 쿨함도 정신건강을 위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대신 하는 데까지는 정말 이 악물고 열심히 하셔야 해요..ㅎㅎ) 다들 따뜻한 수험생활 하시길 바라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